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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을 콩나물국만 먹었다. 멀건 된장에 배추와 콩나물이 떠 있고 두부가 가끔 나타났으며 왕건이래야 통째로 넣은 꽁치가 고작이었다. 그것도 고참 순으로 건져내어 나중에는 꼬리나 대가리, 가시만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생선이 헤엄만 치고 지나간 콩나물국은 거의 소금국이었다.”

1960년대에 군 복무를 한 소설가 황석영의 ‘짬밥’에 대한 기억이다. 배고픔이 일상이 된 병사들이 고된 훈련을 어떻게 버텨냈을지 의아할 따름이다. 아버지의 회고에 따르면 1950년대 군 생활은 더 열악했다. 논산훈련소에서 하루 종일 뛰고 달린 신병들에게 배급된 음식이 소금물 뿌린 보리밥 한 덩이였다. 허기를 달래지 못해 밤잠을 못 이룬 병사들이 얼마나 부모님을 그리워했을까. 그 시절에는 막사 근처에 밭농사를 짓고 소나 돼지를 키우는 게 병사의 주요 일과였다. 돼지가 죽어 담당 병사가 선임하사에게 두들겨맞았다는 건 북한군만의 얘기가 아니었다.

우리나라 병영식은 1954년 한·미 합동급식위원회가 장병 하루 열량 섭취 목표를 3800㎉로 정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밥과 국뿐이었다가 1960년대에 반찬 하나가 추가돼 1식2찬이 됐다. 무와 콩나물이 주된 반찬이었다. 이후 1976년 1식3찬, 1985년 우유 급식, 1997년 1식4찬으로 발전했다. 1985년 2월 입대한 나는 배를 곯은 기억이 없다. 1식3찬에 우유 급식이 시작돼 신병 체중이 느는 게 일반적 현상이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가 복귀 후 의무격리 중인 군 장병에게 또 부실한 식사가 지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사진 속 플라스틱 식판에는 흰 밥과 볶음김치, 김, 건더기 없는 국만 담겨 있었다. 그러자 국방부는 “확인 결과 모든 메뉴가 정상 제공됐다”고 해명하며 사진을 올렸다. 역효과만 낳았다. “검수한 사진이 저렇다면 더 문제” 등 수백건의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2021년 국방비 총액이 52조8401억원이다. 돈이 없어 병사에게 부실한 식사를 제공하는 건 아닐 것이다. 병무행정에 구멍이 뚫렸다는 방증이다. 병사들 먹는 문제 하나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강군이라 할 수 있을까.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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