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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영화를 통해 기록하고 기억하는 4월과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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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15 14:00:00 수정 : 2021-05-14 1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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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4월을 지나 5월을 맞았다. 그동안 세월호와 5.18을 기록한 영화들을 여러 차례 소개했다. 4월과 5월에는 거의 빠짐없이 다루었는데, 제목을 언급한 경우까지 보면, 작품 수도 꽤 된다. 

 

올해도 새로운 영화를 간략하나마 소개할까 한다. 바로 ‘당신의 사월’(감독 주현숙, 2019), ‘좋은 빛, 좋은 공기’(감독 임흥순, 2020),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 2020)이다.

 

- 당신은 괜찮습니까?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은 제목 그대로 관객들에게 그들의 사월을 묻는다. 7년 전 당시 TV나 인터넷을 통해 사고 현장을 목격했던 이들에게 그동안 괜찮았냐고 묻는 것이다. 그동안 침몰 원인, 구조 과정, 미디어의 오보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공개되었는데, 이번엔 결이 좀 다르다.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다룬다. 영화에서 세월호 사고를 가까이 혹은 멀리서 지켜봤던 이들이 당시를 회상하고, 이후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얘기한다.  

 

사고 직후 언론 보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던 상황에서, 사고 현장과 유족 주변 등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이 진행됐고, 8테라 분량의 영상으로 남았다. 그중 일부가 영화에 담겼는데, 편집 과정의 어려움이 짐작된다. 

 

‘당신의 사월’ 개봉 당시, ‘침몰 모습이 나오지 않는 영화’로 소개되기도 했는데, 이 영화는 당시 상황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룬다. 인양된 세월호 선체의 전체 모습도 영화의 중반부를 넘겨, 저 멀리 눈 덮인 모습으로 보여준다.

 

 

지난 4월 17일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주현숙 감독은 당시 피해자에게 오히려 가혹했던 일부 언론과 사람들의 행태는 유족과 그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도 트라우마를 남겼고,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 상처 받고 주눅 든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고, 위로 받기 바란다고 했다.  

 

- 우리 모두의 비극을 기억합시다.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많은 정보나 지식을 설명해주진 않지만, 세상에 대한 시선과 감정의 확대를 느끼게 해준다. 1980년 5월의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번갈아 보여주며, 우리의 이야기가 전 지구적 우리의 이야기였음을 드러낸다. 

 

당시 아르헨티나 역시 3만여 시민이 실종될 만큼 국가 권력이 폭력이 되어버린 시기였다. 지구 반대편 두 나라, 두 도시의 아픔을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며, 다른 듯 비슷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 뿐만 아니라, 두 나라에서 학살의 장소를 복원하고, 실종자를 수색하고, 유해를 발굴하는 모습 등도 교차되어, 세계 곳곳에서 자행됐던 국가 폭력을 목도하게 된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5.18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등장하는 극영화다. 1980년 5월 광주의 모습을 보여줬던 영화들과 달리 그 시기를 잊지 못하는 현재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채근(안성기)은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 5.18에서의 자신의 행적과 더불어 사죄하지 않고 있는 자들을 응징하려 한다. 사적 복수를 감행하려는 것이다. 이정국 감독은 영화에서나마 응징 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극영화이기에 가능한 상상력과 시도라 하겠다.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공간을, 사람을, 역사를 기록한다. ‘당신의 사월’, ‘좋은 빛, 좋은 공기’, ‘아들의 이름으로’ 세 편도 각기 다른 방식을 택했다. 영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시선을 만나보길 바란다. 

 

공교롭게도 여전히 진상 규명이 끝나지 않은 일들이니,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들이 나와 주길 바란다. 영화를 통한 다양한 기록이 지속되어야 잊히지 않고, 기억될 수 있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위 기사는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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