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27m밖에 안 되고, 허리 90도로 굽혀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가 택배차량 지상출입 금지와 저상탑차 사용을 권고하면서 택배노조는 “저상탑차는 택배기사에 심각히 위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때 택배노조파업으로 이어질 뻔 했다가 정부가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12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한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저상탑차로 운행하는 것은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고, 그래서 더는 택배를 지속해서 노동할 수 없는 그런 조건을 내몰아가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으로 그는 “(저상탑차는) 높이가 1.27m밖에 안 되고, 그 안에 들어가면 허리를 무조건 90도로 굽히고 일해야 해서 ‘이건 대안이 될 수 없다’라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는 거는 주민분들하고 잘 협의해서 택배차량이 지상에 진입되도록 하든가,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추가 요금을 부과해서 이 비용을 가지고 통합배송시스템이라는 걸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배송시스템에 대해 그는 “저희 택배사들이 5군데 정도 되는데, 그 거점에 물건을 내려놓으면, 거기서 새롭게 배송할 수 있는 분들을 채용해서 그분들이 이제 배송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럴 경우 이분들은 따로 분류 작업이라든가, 차량을 운행한다든가, 이런 걸 하지 않아도 되고 여러 택배사 거를 한꺼번에 모아서 배송하기 때문에 실제로 몇 개 동만 배송해도 실질적으로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수석부위원장은 “당초 택배사가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 있게 나서야 하고 그리고 노동부가 산업안전법상 문제가 있는 저상탑차에 대한 운행정지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토부가 중재해줄 것을 계속 요구했는데, 사실상 다산 신도시 때부터 3년이 지났는데도 아파트 공원화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며 “이번 고덕 사건도 한 달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이제 불가피하게 ‘이 문제는 해결하자’고 파업절차에 돌입했던 건데, 다행히도 정부가 택배사를 포함해서 노동부·국토부가 함께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왔기에 유보한 것”이라며 “거기서 실질적 해결방안이 안 나오고, 그냥 시간 보내기 식으로 흘러가면 저희는 또 특단의 조치를 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 10일 파업을 일시적으로 유보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담당자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정부의 공식 제안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자는 취지임을 분명히 밝혔다”며 이같이 전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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