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세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그 위에 올라가 ‘쿵쿵’거린 것도 모자라 뜨거운 헤어 드라이어 바람까지 불어넣고 장시간 방치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비정한 계모가 징역 25년을 확정받았다. 계모는 ‘아들이 사망에 이를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항변을 이어갔지만 어떤 재판부도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1일 대법원 3부(이동원 대법관)는 양아들 A(사망 당시 9세)군을 여행 가방(캐리어)에 가두고 7시간 동안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B(40대·여)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살인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며 상고를 기각했다.
B씨는 지난해 6월1일 충남 천안의 자택에서 동거남의 아들 A군을 여행용 가방 안에 들어가도록 한 뒤 7시간 동안 감금하고 밟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A군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처음에 가로 50㎝·세로 71.5㎝·폭 29㎝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3시간 동안 감금했다가 더 작은 가방(가로 44㎝·세로 60㎝·폭 24㎝)에 들어가게 한 후 지퍼를 잠갔다. 가방을 바꾼 이유는 아이가 처음에 갇힌 가방 안에서 용변을 봤기 때문이었다.
특히 B씨는 A군이 갇힌 가방을 밟고 올라선 데 이어 자신의 친자녀 2명에게도 올라가 뛰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이 “엄마, 숨이 안 쉬어져요”라고 고통을 호소하자, B씨는 오히려 뜨거운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가방 안에 불어넣기까지 했다.
B씨는 아이를 가둬놓고 3시간가량 외출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이날 오후 7시25분쯤 심정지를 일으킨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만인 6월3일 오후 6시30분쯤 결국 숨졌다. 사인은 저산소성 뇌 손상 등이었다.
B씨는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A군이 사망하기 전까지 12차례에 걸쳐 A군 이마를 요가 링으로 때려 상해를 가했다고도 진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B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22년을 선고했지만 B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반성문과 선처를 구하는 호소문을 10여차례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B씨에 대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고 1심보다 무거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랜 시간 밀폐된 여행가방에 들어가 웅크린 상태로 있다면 호흡이 곤란해지고 탈수나 탈진이 올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라며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불확정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과정에서 B씨 측은 A군을 살인할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친자녀를 가방에 함께 올라가게 뛰게 했다는 주장도 폈다.
이에 재판부는 “그렇다면 친자녀를 아동학대치사 범행에 가담하도록 할 수도 있다는 말이냐.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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