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자본주의는 유비쿼터스 디지털 장치라는 매체를 통해 그 의지를 강요하는 꼭두각시 조종자다. 나는 이제 이 장치에 ‘빅 아더’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것은 감응과 연산 기능이 있고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는 꼭두각시 인형으로 인간의 행동을 렌더링, 모니터링, 연산, 수정한다. 빅 아더는 지식과 실행 기능을 결합함으로써 전례 없는 행동수정수단을 만연시킨다. 감시 자본주의의 경제적 논리는 빅 아더의 막대한 능력을 통해 도구주의 권력을 생산하고, 그럼으로써 영혼의 엔지니어링을 행동의 엔지니어링으로 대체한다.”
――쇼샤나 주보프, 2019, 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김보영 옮김, 『감시 자본주의 시대』, 파주: 문학사상, 509쪽.
쇼샤나 주보프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책 『감시 자본주의 시대』에서 사람들의 입력된 경험을 데이터로 삼아 미래 행동을 예측하는 ‘예측상품’으로 만들어 ‘감시이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로 규정하는데요. 이 감시 자본주이가 유비쿼터스 디지털 장치, 즉 ‘빅 아더(Big Other)’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렌더링(데이터 추출), 모니터링, 연산, 수정해 도구주의 권력을 탄생시킨다고 분석합니다. 빅 브라더를 연상시키는 빅 아더라는 상당히 섬뜩한 개념인데요, 왠지 지금도 실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책에 따르면 감시 자본주의의 핵심은 사용자가 경험을 통해 데이터를 제공하면 감시 자본가들이 이를 서비스 개선에도 활용하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새로운 예측상품을 만들어 미래행동시장에서 감시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원재료를 상품으로 변모시키고 노동에서 잉여가치를 취하는 산업 자본주의와 달리 인간의 경험을 활용하고 행동에서 잉여가치를 만들어내지요. 따라서 상품과 서비스는 사용자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일 뿐이고, 사람들의 경험과 데이터야말로 결정적 잉여의 원천이 되는 겁니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예측 상품은 고객들의 리스크를 줄이면서 새 시장을 형성하고 엄청난 이익을 낳습니다. 즉 감시 자본주의는 인간 경험을 시장의 역학에 합병시킴으로써 행동으로 재탄생시킨 것이죠. 인간 행동이라는 상품은 토지, 노동, 화폐에 이어 네 번째 ‘허구 상품’이 되는 순간입니다.
감시 자본가들은 도구주의 권력을 활용하는데, 이 도구주의적 권력은 극단적으로 무관심한 행태를 보입니다. 극단적 무관심은 경제성에 바탕을 둔 행위로, 감시 자본가의 이익을 극대화해주는 철칙이 되지요. 유일한 합리적 목표는 ‘최고의 제품’이 아니라 ‘모두’를 꿰어 들이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죠.
저자는 감시 자본주의가 인간 경험이라는 영토를 차지해 지식과 권력을 독점하고 학습의 사회적 분화에 대한 특권적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시장 주도적 쿠데타’라고 비판합니다. 민주주의가 결여된 새 위기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반민주적 사회 세력을 간주돼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시민들이 저항하라고 강조합니다.

다만 저자는 현재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감시 자본주의적 행위가 아니며 적어도 지금은 감시 자본주의의 행위자들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두둔하는데, 믿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동의하나요.
요컨대 책은 낯설고, 독특하고, 심지어 상상하기조차 힘든 감시 자본주의의 면면을 탐색하는 여정쯤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21세기 자본론’을 읽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군요.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빅 아더는 당신의 정보를 어떤 식으로든 기억하고 데이터할지 모릅니다, 그러니 쉿~.(2021.5.10)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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