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국제 무대에서 상대를 향해 날선 발언을 날리며 거칠게 충돌했다. 미국은 대만과 중국 신장 문제 등을 거론하며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과 인권 문제 등을 겨냥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의 자국 비판을 일방주의로 비판하며 다자주의를 강조해 반박했다.
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순회의장국을 맡은 중국의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 함께 원격 화상회의 방식의 안보리 공개 토의에서 다자주의에 대해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주재한 회의에서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대놓고 중국의 모든 행태를 거론했다. 중국 면전에서 중국을 비난한 셈이다.
그는 “유엔 회원국,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규칙을 어기고 국제법을 위반한 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다른 나라들에 벌을 받지 않고 규칙을 위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이 내정간섭이라고 반박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 탄압을 겨냥해 “국내에 사법 관할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어떤 나라에도 자국민을 노예화하고, 고문하며, 사라지게 만들고, 인종청소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에 ‘백지수표’를 주는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관련 갈등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무력을 사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고 협박함으로써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려고 하는 나라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회의 주재국인 중국도 미국의 비판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왕 외교부장은 “세계를 이념에 따라 나누는 것은 다자주의 정신에 위배된다”면서 “제로섬 게임보다는 모두가 승자가 되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비판의 화살을 날리는 것을 비판했다.

그는 “약자 괴롭히기나 패권이 아닌 공정과 정의를 추구할 것”을 촉구하며 “전 세계 모든 나라는 미국이 경로를 변경해 다자주의 실행에 진정으로 기여하기를 바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 중국을 도왔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의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 계획을 가리켜 “이데올로기적 기준에 따른 새로운 특수이익집단을 세우겠다는 것”이라며 “현 세계를 분열시키고 국제 긴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난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별도로 이날 성명을 내고 “대만이 세계보건총회(WHA) 연례 회의에 계속해서 배제되는 것은 합리적인 정당성이 없다”면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대만을 초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핵심 이익으로 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의 국제사회 등장은 이를 부인하는 것으로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은 대만을 자신의 고유 영토로 간주하기 때문에 대만의 WHO 가입 또는 옵서버 자격의 WHA 참가를 반대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WHA에서 (대만의) 2400만 국민의 이익을 배제하는 것은 우리의 공통된 세계 보건 목표를 진전시키는 게 아니라 위태롭게 할 뿐이라는 것을 WHO 지도부와 모든 책임 있는 국가들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4∼5일 영국 런던에서 회합한 미국 등 G7 외교장관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중국이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을 탄압하고 국제경제 시스템을 손상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WHO 포럼 및 WHA에 대만의 참석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중국은 신장 위구르족 지지 유엔 행사에 다른 회원국들이 참석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미국, 독일, 영국 대사 등은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트 워치(HRW) 및 앰네스티 사무총장 등과 오는 12일 화상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서 신장 지역 소수민족 구성원들의 인권을 지지하고 옹호하기 위한 유엔의 시스템, 회원국과 시민사회의 역할 등을 논의한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주재 중국 대표부는 다른 회원국에 이번 행사에 대해 “정치적으로 동기 부여된 것으로 인권이 중국의 개발에 혼란과 방해를 야기하면서 신장과 같은 내정에 개입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당신 대표부가 반중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유엔과 서방 국가들은 신장 자치구의 위구르족 등이 수용소에서 고문과 강제노동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중국 당국은 수용소를 직업교육 시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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