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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 사태’ 홍원식 회장 사퇴… 쇄신안은 없었다

입력 : 2021-05-05 06:00:00 수정 : 2021-05-04 22: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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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대국민사과 발표
“모든 것 책임지고 물러나겠다
자식에도 경영권 안 물려줄 것”
지분 51.68% 보유 지배력 여전
폐쇄 조직 혁신 등 알맹이 없어
추락한 기업 신뢰 회복 미지수
눈물 닦는 홍 회장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회장직을 사퇴했다. 1977년 남양유업 이사에 오른 지 44년 만이다. 전날에는 이광범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고, 장남이자 ‘오너3세’인 홍진석 상무도 보직해임됐다. 남양유업 경영진이 추락한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총사퇴까지 불사했지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국내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 등)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대리점주에게 제품을 강매하는 ‘밀어내기’와 욕설 등의 ‘갑질’ 논란, 창업주 외조카 황하나씨의 마약투약 혐의, 경쟁사를 비방하는 온라인 댓글을 단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었다.

 

홍 회장은 이들 사건을 언급하며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며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계신 남양의 대리점주분들과 묵묵히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남양유업 임직원분들께도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뉴시스

1950년생인 홍 회장은 창업주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남양유업 이사와 부사장을 거쳐 1990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홍 회장이 지난달 13일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저감효과 확인’ 발표 이후 21일 만에 사퇴의 뜻을 밝힌 것은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거세게 확산하는 등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이 홍 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추락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온 의사결정 구조 쇄신안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데다 홍 회장이 51.68%의 남양유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5일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남양유업은 생산의 40%가량을 담당하는 세종공장의 2개월 영업정지 처분 사전통보도 받았다. 세종시는 이달 24일쯤 청문회를 개최해 남양유업 의견을 듣고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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