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계와 스포츠계에서 학교폭력(학폭) 폭로가 잇따르면서 각급 교육청과 경찰청에서 학폭 예방 및 신고 포스터를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포스터는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보다는 연예인 화보 같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이 지난 29일 학교폭력·자살 예방 메시지를 담은 ‘우린 널 믿어’ 캠페인 포스터를 공개하자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2편으로 제작된 포스터에는 시교육청 홍보대사인 가수 겸 배우 옹성우 얼굴이 흑백처리돼 포스터를 가득 채우고 있다. 첫편은 옹성우의 단호한 표정 아래 ‘하지마 #학교폭력 #사이버폭력 #자살’이 적혀있다. 두번째 편은 그의 웃는 표정과 함께 ‘전화해 #117 #1388 #선생님’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시교육청은 “‘하지마’ 포스터는 학교폭력, 극단적 선택 등 행동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전화해’ 포스터는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포스터 공개 직후 “연예인 얼굴만 보이고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누리꾼들은 “학폭사건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포스터”, “글자는 눈에 안들어오고 연예인 얼굴만 보인다”, “목적을 잃은 콘텐츠”, “연예인 화보인줄 알았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
반면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꼭 살벌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한다”, “학생 입장에서 보기에 괜찮은 것 같다”, “그나마 연예인 얼굴이 있으니 보게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판에 박힌 계몽 포스터로 외면받는 것보다 연예인 사진으로 청소년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메시지 전달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포스터에 연예인의 사진이 너무 부각되다보니 학폭 예방이라는 메시지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포스터의 타깃층이 학생들인만큼 학생들의 관심이나 취향에 맞추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교육청의 포스터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포스터라면, 교사와 학부모 등 주변 어른의 관심을 촉구하는 선명한 메시지로 화제를 모은 포스터도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이 2016년 4월에 제작한 학폭 신고 포스터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서 공유되며 호평을 받고 있다.

2장짜리 포스터의 첫 장면은 ‘함께 있을 때, 우린 두려울 것이 없었다’는 문장 아래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두 남학생이 교복을 입고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두번째 포스터에선 ‘너무나 두려웠다. 함께 있을 때...’라는 글귀 아래 두 학생의 뒷모습이 반전의 충격을 준다. 위 포스터에서 어깨동무를 하는 것으로 보였던 남학생이 사실은 친구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있고, 피해자로 보이는 학생은 셔츠 허리 부분도 찢겨져 있다.
겉으로는 잘 어울리는 친구로 보이지만, 안보이는 곳에서 옷이 찢어질 정도로 폭행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한채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밖에 없는 피해학생의 잔인하고도 안타까운 상황을 함축한 것이다. 여기에 ‘무관심에 아이가 닫힙니다’라는 문구로 어른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이 포스터를 본 누리꾼들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경각심이 확 든다’, ‘포스터만 봐도 가슴이 아프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포스터다’ 등 호평을 쏟아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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