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불법 사금융 피해 1년간 2배 증가
파산사건 기금 태부족… 예산 더 늘려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민사소송도 지원
‘실시간 처리’ AI 법률지원 추진 중
‘132’ 전화 응대율 높여 서비스 강화
예산·인력 등 투명 공개로 조직 화합
도움 필요한 서민들 찾아내 도울 것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지난 26일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등으로 산모, 영유아 등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렸던 사건과 관련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원할 경우, 법률상담과 소송대리 등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송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는 ‘법률구조 서비스의 중심에는 국민이 있다’는 김진수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의 신조와 맞닿아 있다. 지난 23일 세계일보를 찾아 인터뷰를 한 김 이사장은 “(공단은)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법률구조 사업 발굴을 위해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위한 공익사건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자 한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유족 등에 대한 이번 MOU 체결도 그 일환이다. 공익적 차원에서 피해 사건을 적극 처리해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법률구조공단은 사회 취약계층에 무료 법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서울 본부를 중심으로 전국에 18개 지부와 41개 출장소, 74개 지소를 두고 있다. 공단 소속 변호사 노조와 갈등을 빚던 중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물러난 조상희 전 이사장에 이어 지난해 9월3일 취임한 김 이사장은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가뜩이나 힘겹게 사는 사회적·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한 법률구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법률구조공단이 서민의 친구가 되도록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공단 구성원 간 첨예한 갈등으로 쉽지 않았을 이사장직을 선뜻 맡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과는 오랜 인연이 있다. 검사 시절 법무부 송무과에서 2년 정도 민사소송과 헌법재판 관련 업무를 보면서 공익법무관과 일을 많이 했다. 법무관들과 만나면서 공단이 무슨 일을 하는지 많이 들었다. 지난해 2월 초에는 비상임이사로 일할 기회가 생겼다. 이를 통해 공단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공단이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데, 내부 갈등 때문에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이 같은 갈등을 푸는 데 일조해 국민께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내부 갈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건가.
“공단에는 직역에 따라 일반직·서무직 직원으로 구성된 제1노조와 변호사로 구성된 제2노조, 그리고 주택·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제3노조가 있다. 취임하자마자 직역간, 노사간 갈등관계 해소를 최우선 해결과제로 두고 각 노조대표를 수시로 만나 이해를 구했다. 노사가 서로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노조 대표를 포함한 각 직역이 참여하는 현안과제 토론회도 열었다. 이 과정에서 각 직역 대표가 서로 공단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면서 나름대로 해결 방안을 찾고자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의견 합치는 안 됐지만 적어도 큰 방향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좋은 계기가 됐다. 노사 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
―공단이 법률구조와 지원을 하는 대상의 기준은.
“경제적 기준으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까지 무료다. 지원 대상이 되는 소득 기준은 기준중위소득 125% 이하(1인 가구 기준 월 228만5000원)인데 모두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부모가정이나 조부모와 손자녀로 구성된 조손가정, 성폭력 피해자, 장애인, 국가유공자, 농민 등 개별적인 요건을 따져서 요건에 맞으면 무료로 지원한다. 소득 기준에는 들지만 개별적인 ‘무료 구조’ 요건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유료 구조’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무료 구조다. 다만 상담은 국민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 지원 대상 여부뿐만 아니라 법률 관련 기초적인 내용도 상담받을 수 있다.”
―업무량이 상당할 것 같은데.
“법률구조(소송대리) 건수는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을 합해 2017년 16만7000여건, 2018년 17만1000여건, 2019년에는 18만3000여건까지 증가했다. 다만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지난해에는 15만건 정도였다. 하지만 이도 적은 건수는 아니다. 공단에는 자체 변호사가 113명, 공익법무관이 61명이다. 공익법무관들이 없었다면 감당 못했을 것이다. 과거에 공익법무관이 많을 땐 지금의 3배 정도가 있어서 변호사들이 지금보다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오는 7월에도 16명이 제대한다. 병역을 마치고 로스쿨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보니 공익법무관 인력도 줄고 있다.”
―인력을 늘려야 하지 않나.
“예산 부족 문제가 있다. 초기엔 공단 변호사 급여 수준이 낮아 변호사들이 많이 지원하질 않았지만 지금은 결코 나쁘지 않다. 급여수준이 세전 1억1000만∼1억2000만원이고 정년보장이 되는 정규직 변호사가 주력이다. 공단 예산을 갑자기 늘릴 수는 없으니 전임 이사장부터 변호사 채용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게 지금의 갈등 요소이기도 하다. 공단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변호사의 채용방식과 급여수준을 어떻게 하는 게 합리적일지 고민하면서 변호사 노조와 대화하고 있다. 노조도 예산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일단 올해 채용 변호사 10명 중 8명 정도는 임기제 변호사로 채용하는 데 협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공단에서 주로 다루는 사건의 추세도 바뀌었나.
“개인 파산사건이 폭증했다. 지금의 사회 실태를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2018년 개인 파산사건 수는 3228건에서 2019년 3934건, 지난해에는 4164건까지 늘었다. 파산은 소득기준으로 보면 바닥에 있는 사람들,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신청한다. 취약계층들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아쉬운 건 파산사건을 공단이 하는데, 우리가 맡는 게 전체 법원 사건의 10%가 채 안 된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공단이 무료로 지원해준다는 걸 모르고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공단도 홍보를 강화하는 중이다. 다른 하나는 예산 문제다. 현재 파산사건 비용을 신한은행의 민간기금과 대법원에서 관리하는 사법서비스 기금에서 일부 받아 쓰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금에서 공단이 받아오는 몫이 더 커져야 한다. 대법원에서도 기금을 더 늘려줘야 한다.”
―청년들의 불법 사금융 피해도 늘었다고 들었는데 어떤가.
“공단과 상담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생활비나 학자금을 당겨 쓰거나 일찌감치 자영업을 했다가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큰 금액을 빌린 것도 아니고 몇백만원 수준이다. 이런 피해가 1년간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부터 채무자 대리인 법률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 불법 추심 피해를 보면 채무자대리인 지원을 신청해 채무자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 이후 추심업자는 대리인을 통해서만 채무자에게 연락할 수 있다. 협박 등의 피해가 줄어들 것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출범한 지 34년 됐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선할 점은.
“공단의 지원 대상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는 차상위계층과 중위소득 125% 사이에 어떤 분들이 공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중위소득 125%이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소득이 400만원 조금 넘는다. 외부에서 ‘국민 절반 이상이 공단 지원 대상인 것 아니냐’고 비판받을 만큼 업무량도 많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 사업 대상을 면밀히 분석해서 공단이 잘 챙기지 못한 취약계층을 찾아보려고 한다.”
―추진 중인 대표적인 개선 방안은 뭔가.
“현재 공단의 ‘132’ 법률상담 전화로 들어오는 상담 요청 건 중 비교적 간단하고 정형화된 유형의 상담과 법률정보 제공 등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AI 법률지원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132 법률상담 전화의 응대율을 높이고, 의뢰인에게 한층 더 충실한 법률구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음성인식 등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맞춰 고도화 사업을 추진해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대화형 법률상담 서비스까지 가능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 포부는.
“일선 현장을 다녀보면 직원들이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느라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데 내부 갈등에 서로 상처를 입고 조직 화합도 잘 안 됐다. 모든 갈등의 뿌리는 예산과 조직, 인력 문제인데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서로 오해를 풀고 화합하는 조직으로 만들 것이다. 동시에 공단의 존립 근거는 기본적으로 국민인 만큼 더 나은 법률구조 서비스 제공에 힘쓰겠다. 조직 내 갈등이 국민한테 불안감을 줬는데 그걸 해소하면서 모든 직원이 역량을 합쳐 국민에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담=이강은 사회부장, 정리=김선영, 이정한 기자 007@segye.com
●김진수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은…
●1963년 충북 옥천 출생 ●남대전고 ●서울대 법학과 ●서울대 법학 석사 ●사법고시 30회 ●사법연수원 검찰교수 ●대검찰청 감찰2과장 ●광주지검 목포지청장 ●전주지검 차장검사 ●서울고검 검사(국민권익위원회 파견) ●변호사 김진수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예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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