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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의 인간, 자연을 압도하고 기후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 미쳤다” [책에서 만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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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26 07:30:00 수정 : 2021-04-25 2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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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는 더 나은 인류세와 더 나쁜 인류세의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 인류세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우리에게는 앞으로 수백만 년 동안 비인간 자연과 인간이 함께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 시간이 남아 있다. 지구의 역사가 영구적으로 기록되는 암석 안에 우리들 각각이 더 나은 미래를 쓸 기회가 아직 있는 것이다.”

 

―얼 C 엘리스, 2018, Anthropocene.; 김용진·박범순 옮김, 2021, [인류세], 파주: 교유서가, 264쪽.

 

2000년 한 학술회의장에서 노벨상 수상자인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이 “우리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현재의 지질시대를 인류세로 부를 것을 제안한 이래 인류세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류세를 인정하든 하지 않든 말이죠. 지질학적 용어였던 인류세는 세계 각지에서 학술 논쟁의 주요한 발화점이 됐고 수많은 학자와 지식인들이 관련 토론과 논쟁에 뛰어들면서 가장 뜨거운 개념 가운데 하나이자 세계관, 대안 사상으로 부상하는 양상인데요. 

 

미국 메릴랜드대 지리 및 환경시스템학 교수이자 인류세실무단의 위원으로 참여 중인 생태학자 얼 C 엘리스의 책 [인류세]는 학계의 주요 화두로 부상한 인류세의 주요 개념과 역사, 주요 이슈와 논쟁점, 향후 전망 등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책에 따르면 인류세는 인간 활동으로 자연이 파괴되는 등 인류가 지구 환경체계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 지질시대를 뜻합니다. 2014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간주되는 시대”로 등재됐고요. “인간이 자연의 거대한 힘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세의 기점을 어디로 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크게 보면 네 가지 정도의 견해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 윌리엄 러디먼 등은 빙하 코어에 이산화탄소나 메탄이 최소치로 표지돼 있다며 기원전 1만 1000년에서 기원전 6000년까지 집약적 농업이 이뤄지고 쌀 생산이 이뤄지던 시기를, 사이먼 루이스 등은 글로벌 체계가 형성된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시기를, 파울 크뤼천 등은 석탄연소에서 나오는 탄소 등의 배출이 급격히 늘면서 대기 기후가 급격히 변화한 1760년대 이후 산업혁명 시기를 각각 꼽았지요. 윌 스테판 등은 인간 활동과 환경변화의 속도가 20세기 중반 극적으로 증가해 ‘거대한 가속’이 이뤄졌다며 핵실험이 시작되면서 방사성 핵종(낙진)이 대량으로 지각에 새겨진 1945년 이후 시기를 꼽습니다.

 

물론 인류세라는 개념에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너무 인간 중심적인 개념 아니냐는 비판부터 인류 전체를 뭉뚱그려서 가장 중요한 모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까지 다양하지요. 게다가 우리 행성을 형성하는 지질학적 과정으로서 암석 등에 물리적 흔적으로 남아야 하는데 아직 명백하지 않다는 판단에 지질시대에 정식으로 포함되지도 못했고요.

 

그럼에도 인류세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지구와 인간, 기후와 환경 등에 대한 이해와 대안 논의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활발한 논쟁과 토론을 기대합니다. 혹시 압니까, 가까운 장래에 인류세가 정식 지질시대로 등재되고 더 나아가 기후와 환경에 대한 근원적인 대응의 단초가 될지. 당신도 이제 인류세 논의에 참여하지 않으시렵니까.(2021.4.26)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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