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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르메니아인 살해는 제노사이드”

입력 : 2021-04-26 06:00:00 수정 : 2021-04-25 23: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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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숨진 이들 기억” 추모일 성명
터키 “역사왜곡… 간섭의 도구로 이용”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에서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터키의 전신 오스만 제국에 의해 아르메니아인 다수가 숨진 사건을 제노사이드(genocide·인종집단 학살)로 인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 대사관 앞에 모여 아르메니아 국가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예레반=AFP연합뉴스

미국이 20세기 초 오스만제국에 의한 아르메니아인 살해를 ‘제노사이드(집단학살)’로 규정함에 따라 오스만제국의 후신인 터키와 미국 간에 갈등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동맹국인 터키가 친러시아 노선으로 기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추모일’인 2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우리는 오스만제국 시대에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로 숨진 모든 이들의 삶을 기억한다”며 “미국 국민은 106년 전 오늘 시작된 집단학살로 목숨을 잃은 모든 아르메니아인을 기리고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 역사가는 1915년부터 1923년까지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과 다른 소수민족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고 인정한다. 이 사건으로 150만명가량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터키의 입장은 다르다. 집단학살 대신 ‘1915년 사건’이란 용어를 쓰는 터키는 전쟁 중 벌어진 쌍방 충돌의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숨진 아르메니아인 규모도 역사가들 추정보다 훨씬 적은 30만명 정도라고 항변한다.

당장 터키 외교부가 “미국 대통령의 성명을 강력히 거부하고 비판한다”며 격앙된 태도를 보였다. 외교부는 터키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해당 사건은) 역사학자들이 다뤄야 할 논쟁”이라며 “터키에 대한 간섭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915년 발생한 터키의 전신 오스만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106주년을 맞은 24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계 시위대가 워싱턴DC의 터키 대사 관저에서 터키 대사관으로 가는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당시 사건을 '집단학살'(genocide)로 공식 인정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이처럼 미국·터키 간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 정부는 26∼27일 터키에 있는 외교 공관들의 업무를 중단키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터키를 달래려는 듯 “우리는 비난을 던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어난 일이 절대 되풀이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이 일을 한다”고 부연설명까지 했다.

미국과 터키는 나란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자 동맹국이다. 하지만 터키는 러시아제 방공미사일을 도입하는 등 다른 나토 회원국과 엇박자를 내왔다. 이에 미국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의 터키 판매를 금지하는 등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터키가 친러시아 노선으로 말을 갈아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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