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최장기 해외 전쟁인 아프가니스탄전이 비로소 끝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9·11 테러 발생 20주년인 올해 9월11일까지 아프간에서 주둔 미군을 철수하기로 했다. 아프간 철수 공약을 지키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바이든의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프간전은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10월 시작됐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에 인도하라고 아프간 무장조직 탈레반에 요구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탈레반이 빈 라덴에게 근거지를 제공했다고 봤다.
하지만 탈레반은 빈 라덴이 테러를 일으켰다는 증거를 내라며 이를 거부했고, 결국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국과 아프간을 침공했다.
국제 동맹군은 당초 아프간에 친미 정권을 수립하며 승리하는 듯했지만 탈레반의 저항으로 전쟁은 장기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올해 5월1일까지 미군을 포함한 동맹군을 철수하기로 약속했다. 실제로 이 합의에 따라 미군은 1만2000여 명에서 현재 2500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동맹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치지 않아 반발을 샀고, 친미 성향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협상이 지지부진해 미국이 손을 떼면 탈레반이 재집권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결국 철군 시점을 약 4개월 늦춰 9월11일까지 철군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고 있지만, 과감히 철군하지 않으면 아프간전을 영원히 종식하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 장기화 피로감에 따른 여론 악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아프간전 장기화에 대한 미국민의 부정적 의견이 매우 강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모든 대통령에 대한 판단은 전·후임자와 비교를 토대로 이뤄진다”면서 “바이든이 철군에 성공하면 그의 임기에 역사적인 성과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도 아프간에서 병력을 철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타임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철군 계획 발표에 영국도 아프간 병력을 거의 철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프간에 있는 영국군은 미군 기지와 시설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미군이 없으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프간에 주둔 중인 영국군은 약 750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주요 인사 호위 등 보호 임무에 참여하고 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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