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가장 주목받은 세대는 20대다. 그동안 민주·진보 진영 지지층으로 여겨진 20대가 이번 선거에선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대 안에서도 성별에 따라 상반된 표심을 드러내며 그 이유에 관심이 모인다.
선거일이었던 지난 7일 투표 마감 이후 발표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지역 20대 남성(일명 ‘이대남’)의 절대다수인 72.5%는 국민의힘 오세훈 당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20대 남성의 이 같은 오 후보 지지율은 50대 남성(55.8%)은 물론, 보수 성향이 뚜렷한 60세 이상 남성(70.2%)보다도 높은 수치다.
반면 20대 여성(〃 ‘이대녀’)에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44.0%의 지지를 얻어 오 후보(40.9%)를 앞질렀다. 박 후보가 오 후보에 앞선 건 전 연령대·성별을 통틀어 40대 남성과 20대 여성뿐이다. 20대 여성은 거대 양당 후보가 아닌 ‘기타 후보’에 투표한 비율이 무려 15.1%에 달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20대의 경우 남녀를 불문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와 부동산 문제, 잇따라 불거진 여권의 내로남불 논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이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녀 간 표심이 차이를 보이는 건 문재인정부 들어 극심해진 젠더 갈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대남은 전술한 요인들로 범야권 후보에게 몰표를 줬지만, 이대녀는 여전히 민주당 후보를 더 많이 찍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페미니즘을 표방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20대 여성들이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도 민주당에 적잖은 지지를 보낸 이유다. 일각에서는 같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민주당 박 후보를 찍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타 후보 중에 페미니스트 후보가 많았다는 점도 이 세대 남녀 간 표심이 엇갈린 원인 중 하나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여성의당 김진아, 진보당 송명숙, 무소속 신지예 후보 등이 그들이다. 상당수 20대 여성 표가 이들에게 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20대 남녀의 엇갈린 표심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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