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오후 울산 울주군 한 초등학교 앞. 휴가 중 하교하는 자녀를 데리고 귀가하던 박현석(42) 경사의 눈에 수상한 장면이 목격됐다. 40대 초반의 남성 A씨가 50대 남성에게서 돈 뭉치가 든 것으로 보이는 종이봉투를 건네받는 모습이었다.
박 경사는 보이스피싱 수거책이 피해자에게 돈을 건네받는 상황임을 직감했다.
그는 두 사람에게 경찰관 신분을 밝히고 불심검문을 했다. 종이봉투에는 예상대로 현금 다발로 1000만원이 들어있었다.
박 경사가 돈 출처를 추궁하자 A씨는 “정당한 업무”라고 변명했지만, 그 순간 A씨가 손에 든 휴대전화에서는 중국교포(조선족) 억양으로 ‘자리를 이동하라’는 말이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박 경사는 A씨의 도주를 제지한 채 울주서 형사과에 출동을 요청했다.
6일 울주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 수거책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정부 지원자금을 저리로 대출하려면 기존 대출금 1000만원을 일시 상환해야 한다’는 수법으로 피해자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생활정보지 구인광고를 보고 일하게 됐다”며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여죄와 공범 등을 수사 중이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휴가 중에도 수상한 장면을 포착해 그냥 넘기지 않은 경찰관의 눈썰미와 행동 덕분에 피해를 예방하고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을 상대로 계좌 이체나 현금을 요구하는 사기 범죄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니, 속지 말고 112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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