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초창기 당시 패션 경향 견줘 파격
보스턴 레드삭스·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많은 팀들이 양말 색깔로 구단 이름 지어
LA 다저스, 원래명 뉴욕 ‘브루클린 다저스’
‘다저’는 전차 피해 다니는 사람이란 의미
NBA 보스턴 셀틱스의 셀틱은 켈트족 뜻
그 지역에 아일랜드 이주민이 많아 사용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는 역사적 연도
KBO 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 등
日 명문 구단 세이부 등서 영향 받은 듯
한화, 다이너마이트·이글스 두고 팬 투표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를 깜짝 인수해 많은 스포츠팬을 놀라게 했다. 이내 팬들의 관심은 새 구단의 이름에 쏠렸다. 신세계그룹이 고심 끝에 지난달 5일 발표한 구단명은 SSG 랜더스였다. 인천공항과 상륙작전으로 유명한 연고지 인천을 상징하는 ‘랜더스’란 명칭은 참신하면서도 의미가 금방 와 닿는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프로구단의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영국을 비롯해 유럽 축구팀들이 대부분 지역 기업이나 조합에 기반을 두고 탄생해 지역 이름이 곧 구단명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달리 프로스포츠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연고 지역 뒤에 팀을 구별하는 이름들이 붙게 됐다.
특히 미국에서도 프로리그의 역사가 가장 긴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구단 명칭의 유래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들이 많다. 일단 초창기 팀들은 양말 색깔로 팀이름이 짓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오래된 구단인 신시내티 레즈를 비롯해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 대표적이다. 양말색이 구단의 상징이 된 이유는 선수들이 바지가 끌리지 않도록 스타킹을 바지 위로 무릎 가까이 올려 신는 방식이 당시 패션 경향에서는 독특한 것이 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처럼 얼핏 동물을 따온 것 같은 이름도 사실은 양말에서 유래된 것이다. 홍관조를 뜻하는 카디널스는 당시 양말과 유니폼 색깔의 조화가 홍관조를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타이거스 역시 검은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양말 색깔이 호랑이를 연상시킨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연고지 주민들의 성향이나 연고지를 상징하는 것도 구단 이름이 된다. 박찬호와 류현진이 거쳐가 우리에게 친숙한 LA 다저스는 원래 뉴욕을 연고로 한 브루클린 다저스였다. 브루클린 지역에 전차가 많아 이를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사람들을 부르던 ‘다저’가 구단명이 됐다. 뉴욕 양키스의 경우 원래는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을 뜻하는 하이랜더스였지만 이후 미국 북동부지역 사람을 뜻하는 양키스로 바뀌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필리스는 말 그대로 필라델피아 사람들이라는 뜻이고 뉴욕 메츠의 메츠는 메트로폴리탄(대도시) 사람이라는 의미다.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도 셀틱(celtic)은 켈트족을 뜻하는 말로 보스턴에 아일랜드 이주민이 많은 것에서 비롯됐다.

밀워키 브루어스는 지역에 유명 주류회사가 있어서 지어진 이름이고,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연고인 메릴랜드주의 상징새인 꾀꼬리가 구단명이 된 경우다. 김하성이 뛰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샌디에이고에 미국 최초로 스페인 프란체스카 수도회가 세워져 사제를 뜻하는 스페인어 파드리스가 구단명이 됐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이라는 미네소타주 대표 도시가 쌍둥이 도시로 불리는 점에 착안했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미국의 수도임을 강조한 작명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경우 휴스턴에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센터가 있어 붙은 이름이다. 그래서 같은 연고의 NBA 팀 이름도 휴스턴 로키츠다. LA 에인절스는 대놓고 로스앤젤레스가 연고지라고 말하고 있다. 항구 도시인 시애틀은 선원이라는 뜻의 매리너스를 구단명으로 선택했다. 추신수가 뛰었던 텍사스 레인저스는 이 지역 기마 경찰관인 레인저를 팀명으로 골랐다.
MLB 구단은 아니지만 NBA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미국프로풋볼(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는 도시를 상징하는 역사적 연도를 팀명에 갖다 놓았다. 미국독립선언서가 1776년 필라델피아가 발표된 것과 1849년이 캘리포니아 지역의 골드러시를 상징하는 연도라는 점에서 착안됐다.
구단 선수나 구단주의 독특한 개성이 구단 명칭으로 이어진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구단이 시카고 컵스와 피츠버그 파이리츠다. 컵스는 새끼 곰을 일컫는 말인데 1902년 대대적인 팀 개편 과정에서 어린 선수들을 대거 발탁해 ‘애송이팀’이라는 의미로 붙게 된 것이다. 피츠버그의 경우 선수를 해적처럼 다른 구단에서 도둑질해왔다고 불리던 별명이 아예 구단명이 됐다.

이 밖에 류현진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최지만이 속한 탬파베이 레이스, 그리고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 비교적 늦게 탄생한 구단들은 팬 공모를 통해 이름을 지은 경우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 구단들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삼성 라이온즈나 롯데 자이언츠, 해태 타이거즈 등은 일본 명문 세이부와 요미우리, 한신의 이름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강함을 상징하는 동물이 대세였던 초창기 두산 베어스는 전신인 OB가 맥주회사라 맥주인 비어(beer)와 발음이 비슷한 베어스로 작명했다. LG 트윈스의 경우 창단 당시 여의도에 새 사옥 쌍둥이 빌딩이 지어졌고 럭키와 금성 두 회사가 동업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로 탄생했다. 한화는 다이너마이트와 이글스를 두고 팬 투표를 거친 끝에 이글스가 이름이 됐다.

◆NFL ‘레드스킨스’ 인종차별 논란에 결국 개명
오랜 세월 팬들에게 사랑받았던 프로구단 명칭도 시대에 변하면서 수명을 다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반대로 전통을 지킨다는 의미로 살아남는 이름들도 있어 대조된다.
이전 ‘인디언’으로 불렸던 미국 원주민을 차용해 지은 구단명들이 시대에 뒤쳐진 것으로 인식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팀이 미프로풋볼(NFL)의 워싱턴 레드스킨스다. 빨간색 피부라는 레드스킨스라는 말이 원주민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어 비난 여론이 높았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버텨왔던 레드스킨스는 지난해 들불처럼 번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스폰서 기업들의 잇따른 지원 중단 선언에 87년 동안 쓰던 이름을 버려야 했다. 현재는 새 구단명을 짓는 대신 그냥 워싱턴 풋볼팀이라고 쓰고 있다.

이 여파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번지고 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1915년 미국 원주민 최초로 빅리그에서 뛴 팀이라는 것을 기리기 위해 이름을 바꾼 경우다. 하지만 마스코트로 쓴 와후추장이 빨간색 얼굴을 하는 등 인종차별 요소가 커 비판이 많았다. 결국 2019년 와후추장 이미지를 완전히 삭제한 데 이어 지난해 팀이름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바뀔 새 이름은 2022시즌부터 사용될 전망이다.
역시 원주민을 연상시키는 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북미하키리그(NHL) 시카고 블랙호크스도 같은 논란에 휩싸여 있지만 아직은 팀 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역사와 전통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살아남는 구단명도 있다. LA 지역에 호수가 없음에도 미프로농구(NBA) 명문 LA 레이커스는 이전 미네아폴리스 레이커스의 역사를 계승한다는 의미로 이름을 고수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경우 신생구단이 창단 때 대부분 새로운 이름을 썼다. 하지만 광주 연고 구단이 해태에서 KIA로 변경됐음에도 타이거즈는 살아남았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