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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충실" "소득 적어"… 30대 미혼 남녀 55%는 '캥거루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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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30 12:02:00 수정 : 2021-03-30 14: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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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저혼인 시대, 미혼 남녀 해석하기’ 보고서
"결혼 반드시 해야"… 남성 13.9%·여성 3.7%
갈수록 ‘만혼’ 현상 뚜렷해져…청년층 가치관 변화

30대 미혼 남녀의 절반 이상이 부모와 동거하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여성이 미혼 남성보다 결혼에 더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여성은 ‘일에 더 충실하고 싶어서’, 남성은 ‘소득이 적어서’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통계청은 30일 발간한 계간지 ‘KOSTAT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에 이런 내용을 담은 ‘저(低)혼인 시대, 미혼 남녀 해석하기’ 보고서가 실렸다.

 

◇30대 미혼 인구 절반 이상 ‘캥거루족’

 

이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미혼 인구 가운데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54.8%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30대 초반(30∼34세) 미혼 남녀의 부모 동거 비율은 57.4%, 30대 후반(35∼39세)은 50.3%였다. 이에 비해 30대 초반 ‘나홀로 가구’(1인 가구)의 비율은 25.8%, 30대 후반은 32.7%였다. 캥거루족이 나홀로족보다 각각 31.6%포인트, 17.6%포인트 높았다.

 

다른 연령대 미혼 남녀(20∼44세)의 부모 동거 비율은 20대 초반(20∼24세) 72.0%, 20대 후반(25∼29세) 64.8%, 40대 초반(40∼44세) 44.1%로 연령대와 반비례했다. 이에 비해 미혼 ‘나홀로 가구’(1인 가구)의 비율은 20대 초반 11.1%, 20대 후반 17.8%, 40대 초반 38.3%로 연령대와 비례했다.

 

20∼44세 미혼 남녀 중 부모와 동거하는 경우는 아파트의 비율이 56.8%로 최고였다. 반면 미혼 1인 가구는 단독주택 비율이 51.2%로 가장 높았다. 부모와 동거하는 경우 70.7%가 자가인 데 비해 1인 가구 중 자가는 11.6%에 불과하고 59.3%가 월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세대와 동거하는 미혼 남녀는 자산 축적이 이뤄진 부모세대가 가구주이지만, 1인 가구는 부모로부터 분리한 세대로 청년층의 빈약한 경제 상황이 주거 상황에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미혼 남녀의 취업자 비율을 보면 부모 동거 가구는 57.9%, 1인 가구는 74.6%, 기타 가구는 65.6%였다.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꾸려가는 청년 1인 가구의 취업자 비율이 높았다.

◇미혼 여성이 미혼 남성보다 결혼에 더 부정적

 

결혼에 대한 인식은 미혼 여성이 미혼 남성보다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하지 않은 30∼44세 남녀를 대상으로 결혼 필요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남성이 13.9%, 여성이 3.7%로 10.2%포인트 차이가 났다. “하는 편이 좋다”는 의견은 남성이 31.5%, 여성이 17.7%로 13.8%포인트 벌어졌다.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견해는 남성이 45.9%, 여성이 61.6%로 여성이 15.7%포인트 높았다.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답변은 남성이 6.4%, 여성이 15.5%였다.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는 미혼 남성은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가 18.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득이 적어서” 15.0%, “결혼에 적당한 나이를 놓쳐서” 10.9% 순이었다. 미혼 여성도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못해서”가 23.4%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2순위는 “결혼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충실하고 싶어서”(19.3%)였고, 3순위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12.4%)로 남성과 차이가 있었다.

 

◇45세 시점 여성 미혼율 1950∼1954년생은 2.2%, 1970∼1974년생은 22.2%

 

갈수록 혼인 이행이 더뎌지는 ‘만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5세 기준 여성의 미혼율은 1950∼1954년생의 경우 2.2%, 1970∼1974년생의 경우 22.2%로 20%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1950∼1954년생 여성의 시점별 미혼율은 20세 73.3%, 25세 19.8%로 20대 전반에 약 80%의 여성이 결혼했다. 30세는 5.6%, 40세는 2.4%, 60세 생애미혼율은 1.9%였다. 1960∼1964년생 여성의 연령별 미혼율은 20세 84.8%, 25세 31.8%, 30세 9.2%, 40세 4.0%, 55세 3.3%였다. 1970∼1974년생 여성의 미혼율은 20세 93.9%, 25세 54.6%, 35세 13.9%, 45세 10.3%로 앞선 세대에 비해 혼인으로의 이행 지연 현상이 뚜렷했다. 1980∼1984년생 여성의 미혼율은 20세 96.3%, 25세 75.8%, 35세 32.4%로 혼인 이행이 더욱 더뎠다.

 

◇청년층 가치관 변화가 저출산의 중요 원인

 

우리나라는 이미 급속한 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2018년(0.98명) ‘0명대’로 떨어진 이후 2019년(0.92명)과 지난해(0.84명)까지 3년째 1.0명을 밑돌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혼인·출산 연기 및 기피현상이 심화해 그해 3분기 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만혼과 생애비혼의 증가는 청년층이 처한 녹록지 않은 현실과 연관성이 크다. 청년층의 고용불황이 지속되고, 주택비용이 상승하면서 결혼 진입장벽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성인이 돼서도 부모세대에게 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급격히 증가했다.

 

인구특성과 경제특성이 결혼 필요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결혼 필요성에 찬성하지 않았고, 취업자이거나 비대도시권에 거주할수록 결혼필요성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의 안전성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고서는 “지난 수십 년간 혼인과 출산의 주력 세대인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는 제도 및 정책변화보다 빨랐으며, 이것이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라며 “결혼과 출산의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며,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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