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급격히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로 문재인 정부가 또 한 번 ‘부동산 내로남불’ 비판에 휩싸였다. 집값 폭등으로 부동산 민심이 사나운 가운데 청와대 참모들이 ‘투기 논란’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음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도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대차3법 이틀 전 보증금 14.1% 올린 김상조 전격 사퇴
29일 김 실장이 전세금 인상 논란 하루 만에 전격 사퇴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실장이 먼저 자신의 전세금 인상 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하게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김 실장은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 엄중한 시점에 국민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기 그지없다”며 “청와대 정책실을 재정비하여 2.4 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임대차 3법 시행 바로 이틀 전인 지난해 7월29일 본인과 배우자 공동 명의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14.1%(1억2000만원) 올리는 계약을 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임대료 인상 폭이 5%로 제한됐을 터였고 당시 내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일반 국민 사이에선 법의 ‘소급 적용’과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졌던 터라 김 실장의 전셋값 인상은 곧장 도덕성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관계자는 “(전세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 (임차인과) 합의해 올렸다고 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매각하랬더니 2억 비싸게 내놓은 김조원… 집값 6억 이상 상승
앞서 청와대를 떠난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직’ 대신 ‘집’을 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를 보유했던 김 전 수석은 이 중 한 채를 매각해야 했으나 시세보다 2억여원 비싸게 매물로 내놓는 등 ‘시늉만 한다’는 논란을 일으키고 결국 지난해 8월 퇴직했다. 이 와중에 청와대는 “남자들은 부동산을 잘 모른다”는 발언을 해 국민의 분노를 돋운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김 전 수석은 이러한 선택으로 수억원의 집값 상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27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전·현직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현황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직전 재산공개 시점인 3월 신고한 33억4900만원에서 6억3000만원 가량이 증가한 39억8000만원을 신고했다.
◆‘흑석’ 김의겸 10억 대출받고 상가건물 매입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도 지난 2018년 청와대 대변인 시절 서울 흑석동 재개발 건물을 사들여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김 의원은 당시 서울 흑석동 25억7000만원 상당의 상가건물을 10억원의 대출까지 받으며 매입한 게 확인돼 ‘흑석 김선생’이란 별명을 얻었다.

재개발 관련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 의원은 “아내가 상의 없이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결국 김 의원은 2019년 3월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34억5000만원에 건물을 되팔았다. 매입 1년5개월만에 8억8000만원의 시세 차익이 난 것이다. 김 의원은 당시 세금, 중개수수료 등을 제외한 3억7000만원을 한국장학재단에 기부했다고 밝혔으며 민주당 지도부의 만류로 총선 출마 포기했다. 그러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서울시장 입후보를 위해 24일 사직했고,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순번에 따라 국회에 입성했다.
◆‘서초’ 판다 했다가 ‘청주’로 말 바꾼 노영민… 8억 이상 시세 차익 올려
지금은 무주택자 된 노영민 전 비서실장도 한동안 ‘다주택’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인물이다.

노 전 실장은 청와대 고위 참모진들에게 직접 ‘실거주 1채를 제외하고 처분하라’는 권고를 했던 장본인임에도 한동안 주택들을 처분하지 않았다. 이후 서울 서초와 청주 아파트 중 서초 아파트를 판다고 했다가 청주 아파트로 매각 대상을 다시 바꾸며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자 결국 노 전 실장은 서초 아파트까지 팔고 무주택자가 됐는데 이 과정에서 노 전 실장은 약 8억5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15년 정도 보유했던 아파트였음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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