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서 체포·기소돼…모든 혐의 ‘부인’
“약 120명을 산 채로 불태워” 증언도

“2000년대 초 몬로비아에서 소요 사태가 일어났을 때였다. 혁명연합전선(RUF) 조직원들이 시장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체포했다. 그 뒤 ‘그’가 나타나 자신의 접시를 가져오라 했고, 내 옆에 있던 사람을 데려가 그의 목을 접시에 올려놨다. 너무 두려워 눈을 감았다. 그의 목이 잘렸고, ‘그’가 그의 피를 마셨다.”
인간은 얼마나 비인간적일 수 있는 걸까.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내전 첫 전범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반군 사령관이 희생자의 피를 마셨다는 증언이 나왔다. 장본인은 이웃 국가 시에라리온 반군 혁명연합전선(RUF) 대변인이었던 지브릴 마사쿠오이(51)다. RUF는 1999∼2003년 라이베리아 내전에도 개입했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마사쿠오이는 핀란드에서 라이베리아 내전 당시 민간인·군인 살해, 강간, 소년병 모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08년부터 핀란드에 살고 있던 그는 한 인권 단체가 그의 전쟁 기록을 조사한 뒤 지난해 3월 경찰에 체포됐다. 2003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국인 시에라리온 내전에 대한 증거를 제공해 시에라리온 내전과 관련해선 법적 면책을 받았다.
핀란드 법원은 목격자들 증언을 듣기 위해 지난달 23일 몬로비아에서 재판을 열었다. 라이베리아에서 내전 전범 재판이 열린 건 처음이다. 목격자들은 마사쿠오이가 살인과 강간, 화형에 연루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 63세 남성은 마사쿠오이 부하들이 그의 고향 마을에서 붙잡아 온 사람들을 산 채로 불태웠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일부 사람들에게 총을 쏘려 했지만 총이 작동하지 않았다. 신이 생명을 구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 집에서 약 120명을 불태웠고, 난 숲속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핀란드 법원은 라이베리아에서 앞으로 3주간 재판을 연 뒤 시에라리온으로 이동해 재판을 이어 간다. 마사쿠오이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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