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으로 불길 번져 생명 위협
진압 위해 며칠간 온몸 사투도
국민안전·재산 보호에 자부심
봄철 등 기후변화로 산불 빈번
처우 아직 열악… 개선 절실해”

지난달 21일 경북 안동·예천, 충북 영동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안동 산불 규모가 가장 컸다. 오후 3시 20분 발생한 산불은 밤까지 이어져 300여㏊를 태운 뒤 21시간 만인 다음날 오전 꺼졌다. 남부지방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김주완(35·사진)씨도 이날 안동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김씨 등 특수진화대 22명은 방화선을 구축해 산불이 마을로 번지는 것을 막아 피해를 최소화했다.
김씨는 19일 세계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생각보다 바람이 강하고 연기가 많은 데다 소나무가 우거져 있어 초동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지난해 상황이 떠올라 아찔했지만, 다행히 새벽에 바람이 잦아들어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동에서는 지난해 4월에도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2019년 동해안 산불보다 피해가 컸다. 특수진화대가 출동했을 땐 강한 바람 때문에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했고, 마치 전쟁터의 포탄처럼 불과 불씨가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돌풍이 불면서 산불이 진화현장 바로 옆까지 번져 대원들이 크게 다칠 수 있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며 “산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몇 날 며칠 밤샘 작업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토록 위험한 일이지만 김씨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이 강하다.
20대 때 서울지역 군부대에서 5년 3개월 동안 특전사로 복역했던 그는 전역 후에도 국가에 봉사하는 직업을 찾고 싶었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군 생활로 다져진 체력을 바탕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딱 그가 꿈꿨던 일이었다. 김씨는 지금까지 5년가량 특수진화대로 근무하며 전국의 크고 작은 산불 현장에서 진화작업에 참여했다.
“산불을 진화하고 내려올 때의 그 벅찬 마음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보람이 넘칩니다. 이런 직업을 갖게 된 것을 정말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특수진화대는 산불을 전문적으로 끄는 산불 소방관으로 소방청이 아닌 산림청 소속이다.
길이 600∼800m의 무거운 호스를 들고 산을 올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번지는 불길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강한 체력과 지구력, 순발력 등이 요구된다. 특전사 출신인 그도 “처음엔 40, 50대 선배들의 날쌘 움직임을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산불이 눈에 띄게 늘었다. 기후변화로 봄철 강수량이 줄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탓이다. 지난해 산불 발생 건수는 620건으로 지난 10년 평균 473건 대비 150건가량 많았다. 대형 산불도 잦아져 특수진화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특수진화대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2018년 도입된 특수진화대는 초기 모두 10개월 단기 계약직이었다. 그러다 안팎에서 처우 개선 요구가 높아지자 지난해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현재 전국 특수진화대원은 정규직 160명, 기간제 275명 등 총 435명이다.
김씨도 지난해부터 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고도의 전문성과 노동력을 요구하는 일인 데 비해 고용이 불안정한 대원들이 아직 많아 안타깝다. 정규직 임금도 5년 전 비정규직으로 시작했을 때부터 똑같다”면서 “이 직업에 자긍심을 갖고 있지만, 처우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13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는 대형 산불 특별대책 기간이다. 특수진화대원들은 평시 산불예방·산림보호 활동을 하면서도 즉각 출동 태세를 갖추고 언제 일어날지 모를 산불에 대비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김씨는 “국민께 꼭 당부드리고 싶다”며 “등산객들은 등산로를 이용하고 라이터와 담배를 소지하거나 흡연하지 말고, 취사·야영·쓰레기소각 등은 꼭 정해진 장소에서 해달라고”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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