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계곡에서 작은 자갈, 낙엽, 나뭇가지가 뭉쳐져 있는 짧은 막대기 모양의 생물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어릴 적 물가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생물을 보고 “이게 뭐지?” 하면서 한쪽으로 치워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 좁은 공간 안에 작은 생명체가 살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 생물은 우리에게 낯선 수서곤충 중의 하나인 날도래 유충이다.
간혹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꼬네기’라고 불리며 민물낚시 미끼로 활용된다. ‘꼬네기’는 미끼를 가리키는 강원도 사투리인데 날도래 유충을 흔히 미끼로 사용하다 보니 날도래 유충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명확한 유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는 ‘토비케’로 불렸으며, ‘백두산총서(동물)’를 보면 북한에서는 ‘풀미기류’로 기록되어 있다. 어떤 사람은 ‘날’과 ‘도래’가 합쳐진 말로 ‘날’은 천을 짤 때 ‘날실’을 의미하고 ‘도래’는 문이 열리지 못하게 하는 ‘빗장’을 뜻하기도 한다.
날도래 유충은 입에서 접착분비물인 실(실크)을 만들어 집을 짓는다. 종류마다 집을 만드는 방법과 재료도 달라서 유충들이 만들어낸 집의 형태를 보면 대략적인 동정(분류학적 위치이나 이름을 바르게 정하는 일)이 가능하다.
날도래 유충은 집 안에서 번데기 시절을 보내는 완전변태를 하며, 성충은 낮에는 물가의 돌이나 풀 주변에 앉아 있다가, 저녁이 되면 활동을 시작하고, 주로 불빛에 유인된다. 또한 성충이 되어서는 번식을 위해 먹이를 먹지 않고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올봄 야외로 나갈 기회가 있다면 다양한 재료로 집을 짓는 날도래 유충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허준미 국립생물자원관 환경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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