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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유사자연에 갇힌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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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10 23:08:27 수정 : 2021-03-10 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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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체험형 동물원’ 전국 80곳
코로나로 사육 환경 더 열악해져
대부분 해외수입… 방생도 힘들어
‘현명한 관람객’ 돼 동물학대 막아야

단돈 만 원만 내면 아프리카에 사는 육지 거북의 딱딱한 등딱지를 만져 볼 수 있고, 커피 값만 내면 먹이를 얻으려는 너구리의 애교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앵무새가 자기 어깨에 날아와 앉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실내동물원, 체험동물원, 동물카페라고 불리는 시설의 이야기이다. 단순한 행정 ‘등록’만으로 만들 수 있는 이들 시설을 ‘동물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유사동물원’이라고 불러야 할 이들 시설은 2014년쯤 일반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된 ‘라쿤카페’(아메리카너구리, 아메리카너구리과·Procyonidae)의 동물로 개과·Canidae인 너구리와는 관계가 없다)가 서울 대학가에 생겨 인기를 끌더니 전국으로 퍼졌고 이후에는 가맹점을 가진 실내동물원까지 생겼다. 2019년 기준으로 전국에 ‘유사동물원’이 80곳 이상 영업 중이다.

자연과 멀어진 도시의 아이들이 겪을 수 있다는 자연결핍증후군(nature deficit disorder)을 염려해서인지, 아니면 인터넷 영상에서나 볼 수 있는 해외에서 수입된 동물을 직접 보고 싶었던 건지 도심에 있는 유사동물원을 많은 사람이 찾았다. 국립동물원이 국립생태원(서천시) 1곳밖에 없고, 동물원이라 부를 만한 시설도 전국에 20여 개 정도이니 야생동물을 체험하고 싶은 시민들의 욕구를 유사동물원들이 채워줬던 것 같다.

도윤호 공주대 교수·생명과학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아 실내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유사동물원’ 사업에 지장이 생겼다. 수익이 줄어 일부 ‘유사동물원’은 폐업할 지경이고 ‘동물원’도 운영이 힘들긴 마찬가지라 폐업 수준이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사람도 걱정이지만 집을 잃게 생긴 동물도 걱정이다. 작년 태국에서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자 관광객을 상대하던 코끼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는 보도를 보았지만, 유사동물원이나 동물원에 전시되는 동물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된 동물이라 함부로 우리나라 자연에 풀어줄 수도 없다. 열악한 사육환경과 재정 문제 등 ‘유사동물원’과 ‘동물원’의 문제야 몇 년 전부터 논의해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더 복잡해졌다.

다행히 2020년 12월 환경부는 ‘제1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해 유사동물원을 포함한 동물원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동물원 설립기준을 ‘등록제’가 아니라 ‘허가제’로 바꾸고 동물원의 진정한 기능인 교육, 동물보전, 야생동물 연구 등이 가능하도록 여러 과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환경부의 동물원 관리계획이 반드시 성공할 거라 믿지만, 봄철에 동물원이나 유사동물원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우리도 과거와는 다른 특별한 노력을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각각의 동물을 조금 오래 관찰해보면 동물이 뭘 하고 노는지 어떤 공간을 좋아하는지 알아낼 수도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립동물원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동물원 관람객들은 관람 시간 전체 중 60%를 이곳저곳 걷는 데 소요하고 10% 정도는 식사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사자는 1분 정도 관찰하고 야생에서는 이미 멸종하고 동물원에서만 보호하고 있는 사슴은 27초 정도 바라본다고 하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생물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동물 앞에서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 동물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영국에서 2020년 코로나 19로 동물원이 1개월 이상 폐쇄되었을 때 동물원에 흔히 전시되는 미어켓은 경계행동의 횟수가 줄어들고 다른 미어켓들과 긍정적인 활동을 더 자주 했다고도 한다. 동물들 앞에서는 코로나 19 때문에 1년 동안 습득했던 마스크를 쓰고 조용히 대화하는 능력을 발휘하면 좋겠다.

오래된 책이긴 한데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에서 고등학생이던 저자는 동물원의 열악한 사육환경을 눈치채지 못하고 동물원에 갇힌 야생동물을 즐거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관람객을 ‘우매한 관람객’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이 ‘현명한 관람객’이 될 수 있는 적기일 수도 있다.

 

도윤호 공주대 교수·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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