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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을 잊지 말자.’ 대한상의 회장에 선출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직원들과 가진 첫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무엇이냐”는 직원들의 질문에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고 말했다.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하라는 뜻이다. 백범 김구의 좌우명이라고 한다.

김구는 국민을 나라의 근본으로 여겼다. 국민을 섬기는 그의 정신이 잘 드러난 것이 문지기 청원이다. 1919년 상해임시정부의 조각이 시작되자 김구는 도산 안창호를 찾아가 “임시정부의 문지기가 되게 해달라”고 청했다. 안창호가 “그 무슨 소리요? 김 동지처럼 훌륭한 분을 어떻게 문지기로 쓸 수 있겠소?”라며 경무국장에 발령했다는 후문이다. 김구는 젊은 시절 인천감옥에 있을 때 유리창을 닦으며 이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어느 때 독립정부를 건설하거든 그 집의 뜰을 쓸고 창문을 닦는 일을 하게 해주세요.”

김구가 미천한 신분인 백정의 의미를 자신의 호에 담은 것도 섬김 정신의 발로였다. ‘완전한 독립 국민이 되려면 백정(白丁)의 범부(凡夫)라도 애국심이 지금의 나 정도는 돼야 한다’는 바람으로 연하(蓮下)에서 백범(白凡)으로 호를 고쳤다고 한다. 임정 시절에도 그의 몸은 항상 낮은 곳에 머물렀다. 청사 구석에서 불편한 잠을 자고 동포들의 집에서 밥을 얻어먹었다. 스스로 “거지 중의 상거지”라고 토로할 정도였다.

김구는 ‘나의 소원’이란 글에서 이런 소망을 적었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나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요, 또 ‘그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셋째 번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나 김구의 소원은 이것 하나밖에는 없다.”

김구는 독립된 나라에서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며 문지기처럼 살려 했다. 하지만 그를 가장 존경한다는 요즘 정치인들은 거꾸로 행한다. 문지기의 소임을 잊고 주인의 안방을 탐한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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