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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알 초콜릿·잉크 음료… ‘이색 협업상품’ 안전사고 우려

입력 : 2021-02-22 21:00:00 수정 : 2021-02-22 22: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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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약 모양 초콜릿·레고젤리 등
제품 디자인 모방한 식품들 인기
장난감 사고 절반은 ‘삼킴·삽입’
“어린이는 제품 오인해 먹을 수도”
케이크·과자모양 화장품도 수두룩
해외선 사고 우려 엄격히 제한
경고 문구 등 제도적 장치 필요

7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모(43)씨는 2년 전 응급실에 갔던 생각을 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흐른다. 할아버지네 집에 놀러갔던 아이가 호기심에 바둑알을 삼켰던 것이다. 다행히 목에 걸리지 않고 식도로 넘어가 큰 이상은 없었지만, 기도가 막혔다면 큰일 날 수도 있었다는 의사의 말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최근 편의점을 찾은 김씨는 바둑알 모양의 초콜릿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초콜릿을 먹은 아이들이 진짜 바둑알을 초콜릿으로 착각해 삼킬 것 같아 걱정된다”며 “사고가 날 가능성이 1%라도 있는 제품은 판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건을 구매할 때 재미를 중시하는 소비자인 ‘펀슈머(fun+consumer)’가 늘면서 비(非)식품 제품의 이름과 형태를 포장에 활용한 간식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정관념을 깬 제품을 본 소비자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이지만, 어린이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CU편의점)은 지난달 ‘미니 바둑’ 초콜릿을 내놨다. 바둑알통 모양의 용기에는 바둑알을 연상시키는 하얀 초콜릿과 검정 초콜릿이 담겼고, 종이 바둑판도 들어있다. GS리테일(GS편의점)도 지난 18일 문구 기업 모나미와 협업한 ‘유성 매직’ 음료를 출시했다. 매직의 고유 디자인을 음료 라벨로 만들고, 음료 색은 실제 매직의 잉크색으로 표현했다. 이밖에 말표 구두약 통 안에 초콜릿을 넣은 ‘말표 초코빈’, 레고 블록 모양의 젤리 등도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이색 협업 상품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 영유아나 인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실제 제품을 식품으로 오인해 섭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5살 아이를 키우는 정모(40)씨는 “매직 음료수를 본 아이들이 실제 매직을 입에 대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재미를 위한 제품이라고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겁이 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바둑알 모양 초콜릿. BGF 리테일 제공

실제 어린이가 장난감 등을 삼키는 사고는 자주 일어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2019년 접수된 어린이 장난감(완구) 관련 사고 6253건 중 52.9%가 삼킴·삽입 관련이었다. 삼킴 사고는 기도가 막힐 경우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해외의 경우 어린이 사고 예방을 위해 식품을 모방한 제품의 판매를 엄격히 제한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 유럽에서는 2018년 영국 화장품 제조업체의 입욕제가 컵케이크와 도넛 모양이어서 어린이가 먹을 우려가 있다고 판매를 금지했다. 반면 같은 해 소비자원이 국내에 유통 중인 화장품과 생활화학제품(향초·방향제) 등 73개 제품을 모니터링한 결과 86.3%가 케이크·과자·과일 등의 형태로 만들어져 아이들이 오인할 수 있는 우려가 높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섭취할 수 있는 제품과 없는 제품이 헷갈리게 출시되고 있다”며 “둘을 구분할 수 있도록 경고 문구를 넣고, 보호자도 유아나 치매 환자 등에게 주의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해당 제품을 만든 업체에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임우근준 미술평론가는 “인지 장애가 있는 노인이나 지적장애인, 미취학 아동은 해당 제품을 먹은 후 원본 제품을 먹어볼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없는 디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에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있다면 애초에 이런 제품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잉크 음료. 모나미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제품들로 인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관리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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