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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르는 ‘페이’ 후불결제… 카드업계 ‘밥그릇 뺏길라’ 긴장

입력 : 2021-02-23 06:00:00 수정 : 2021-02-22 20: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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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페이 4월부터 서비스
개인별 30만원 한도 결제 가능
카카오·토스도 연내 진출 채비
카드사들 “사실상 신용카드업
금융업법 규제도 안받아” 반발
“저신용층 연체율 관리 과제로”
간편결제 서비스나 보험, 증권 등을 통해 금융업의 경계를 허무는 데 성공한 빅테크 기업들이 카드업계 전유물인 후불결제 시장 진출까지 본격화한다. 4월부터 네이버페이가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 다른 전자금융업체들도 올해 안에 후불결제 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드업계는 안 그래도 줄어든 파이를 더 나누게 돼 울상이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18일 네이버파이낸셜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네이버페이는 4월부터 개인별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는 소비자가 페이 결제로 물품을 구매할 경우 선불 충전잔액이 부족해도 일정 금액까지는 외상으로 결제하고 추후에 갚는 것을 말한다. 소액이지만, 사실상 신용카드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개인별 최대 후불결제 한도는 월 30만원이지만, 기존 금융정보에 네이버가 보유한 비금융정보를 기반으로 한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을 바탕으로 실제 개인별 한도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빅테크 기업에 소액 후불결제 시장 진출 길을 열어준 것은 금융이력이 부족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주부 등 이른바 ‘신 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들도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포용 금융’의 취지다. 국내에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신 파일러는 약 1300만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과제도 있다. 저신용 계층이 사실상 신용카드나 다름없는 후불결제 시스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연체율 관리 등의 방안이 해결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체크카드에 후불결제 기능을 더한 ‘하이브리드 체크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3월 기준 5개(삼성·롯데·우리·하나카드·농협은행) 카드사 기준 3.53%로, 같은 기간 개인 신용카드 연체율인 0.94%의 3배를 넘는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카드사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여신전문금융업법의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신용카드 영업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면서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별 한도가 30만원이라고 하지만, 과거 이동통신사의 후불결제 한도도 30만원에서 시작해 100만원까지 늘어난 바 있다. 빅테크의 후불결제 서비스도 한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면서 “신용카드 고객들의 한 달 평균 사용액이 60∼80만원인데, 후불결제 서비스의 한도가 100만원까지 늘어나면 사실상 신용카드업과 다를 게 없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올해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있어 어렵다. 지난해 카드업계의 실적이 좋아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지면, 카드업계의 파이는 더 작아지게 된다. 이를 빅테크 기업들과 또 나누게 되면 카드사 업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4월 네이버페이를 시작으로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의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후불결제 서비스를 줄줄이 시작하게 되면 저신용자들이 여러 곳에서 후불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돼 연체율이 지금보다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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