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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공공(公共) DNA를 바꿔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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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22 23:44:04 수정 : 2021-02-22 23: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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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막무가내 공공시리즈
상대 존중 없고 편가르기 빠져
지지층 눈치 살피고 밀어붙여
공공 앞세웠지만 실효 못 거둬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공공(公共)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공공의대, 공공임대, 공공재개발, 공공일자리 등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사회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공공은 해결사로 등장한다. 공공이 가지는 사전적 의미는 국민 혹은 사회 전체와 관련된 것이기에 공공을 붙인 정책을 펼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이로움이 되고 개인의 탐욕을 극복할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과연 공공정책 시리즈는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

공공의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전국민 의료보험 체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보험료를 내는 국민들은 차별 없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의료의 지역격차가 발생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의대를 세우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공공의대 졸업생들도 일정 기간을 채우면 다시 의료수요가 큰 지역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공공의대 설립으로는 의료의 지역 간 불평등을 해소하기 어렵고 개인의 직업선택 자유와 공존하기 힘든 한계 때문에 현재는 원점으로 회귀한 상황이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

공공임대와 공공재개발은 어떠한가? 이번 정부 들어 상승한 부동산 가격은 많은 사람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투기 근절을 기반으로 공공이 주도하는 임대와 재개발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하다. 집을 기반으로 자산을 축적하고 삶의 버팀목을 세우려는 사람들의 기본 욕망과 배치되기에 임대주택은 외면받고 있다. 노동으로 얻은 소득만을 인정하는 사회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민간의 재개발 참여를 추동하는 개발 차익을 불로소득으로 환수하려 하므로 민간은 공공재개발에 신뢰를 주지 않고 참여를 꺼리고 있다. 그 결과로 수도권 아파트 매수심리는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내며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공공일자리라고 다른가?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이 무너지고 소비가 위축되어 1년 전보다 실업률이 올라가는 현상은 안타깝지만 예견된 결과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3조1000여 억원을 투입하는 공공기반 직접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한다. 단순한 현금 살포보다는 나은 측면도 있지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대부분 단기 정부 직접고용에 불과해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다. 일자리는 부가가치를 높이며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일을 할 때 생기기 마련인데 공공일자리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오히려 직업훈련에 이 예산을 투입하면 업무능력을 키워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겠지만, 고용률 저하에 따른 지지율 하락이 두려워서 이 정부는 세금 알바 일자리에 집착하고 있다.

정부는 봉건시대와 전제왕권 시대에서 천부인권 기반의 근대사회로 넘어오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고 개인의 힘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일들, 대표적으로 영토의 수호, 신체의 안전 등을 위해 국민의 의사를 위임받아 형성된 정치결사체이다. 정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정당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정책의 폭력성과 오류의 가능성을 스스로 살펴야 하는 책임도 가진다. 촛불혁명 이후 집권한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부터 개혁을 강조하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사회문제를 공공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앞에서 보다시피 현 정부의 공공 시리즈는 기대했던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러한가? 첫째, 정부가 해야 하는 일과 민간이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현대 사회에서 공공정책이 민간의 다양한 이해와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공정책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기본적 삶의 유지가 어려운 집단에 집중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둘째, 정부가 진행하는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를 기득권의 저항이라 간주하는 진영 가르기식 정책을 펼치기 때문이다. 정책이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책 대상자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이 필수적인데, 진영논리에 빠지면 이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아 지속가능한 정책 집행이 어렵게 된다. 셋째, 범세계적 사회 운영 시스템으로 다수가 참여하는 자본주의와 시장의 순기능을 인정하지 않고 소수 정책 결정자의 생각이 더 옳다는 아집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통령의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하는 이유는 다수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소수가 결정하는 계획보다는 다수가 참여하는 시장의 원리를 존중하며 이를 보완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실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우리나라는 군사정권 이후 강한 행정국가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을 계승하는 민주 진영은 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 정치세력으로 정당성을 부여받고 집권하였다. 하지만 현 정부는 보수 정부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왜곡된 선민의식을 가지고 공공선이라는 주관주의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지지층의 눈치만 살피는 공공시리즈 정책을 진행하다 보니 계속해서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고 해서 능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공공을 앞세운 정책이라도 무조건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다. 보수 정권의 실패가 현 정권에서도 반복되는 상황을 보니 대한민국 정부의 DNA 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시대적 과제임을 깨닫게 된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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