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햇반보다 생산시간 10배나 길지만
PKU 같은 환자 위한 재능기부형으로 탄생
CJ, 2010년부터 환아들 꾸준한 후원도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CJ제일제당이 12년째 꾸준히 생산해오고 있는 특별한 햇반이 있다. 쌀밥을 마음껏 먹을 수 없는 희귀질환자 200여명을 위한 ‘햇반 저단백밥’이다.
이 제품을 개발한 정효영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Processed Rice&Grain팀 수석연구원(45·사진)은 “기업 이윤과는 거리가 멀지만 누군가의 생명 유지에 도움 되는 ‘착한 제품’이기에 생산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햇반 저단백밥은 페닐케톤뇨증(PKU) 등 선천성 대사질환을 앓는 이들을 위한 제품이다. 단백질 함유량을 일반 햇반의 10% 수준으로 낮추는 특수 공정이 필요해 일반 햇반보다 생산에 10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PKU 환자를 포함해 저단백식품을 먹어야 하는 대사질환자는 국내 200여 명이다. 수익성을 생각한다면 판매할 수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감으로 2009년 내놓은 이른바 ‘재능기부형’ 제품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PKU를 앓고 있는 자녀가 있는 한 직원이 당시 대표님과의 면담 기회에서 ‘우리가 즉석밥 1등 기업인데 PKU 환자들이 일본에서 만든 밥을 먹고 있다’” 며 “저단백밥 개발 건의를 했고, 즉석에서 제품 연구와 개발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8억원을 투자해 독자적 기술과 제조 시설을 구축했다. 꼬박 7개월을 매달려 숱한 연구와 테스트 끝에 햇반 저단백밥이 탄생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PKU 환아들이 맛있게 밥 먹는 모습을 봤을 때, 환우 가족들로부터 좋은 제품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국제식품박람회에서 혁신 제품 수상을 했을 때, ‘착한 소비’ 사례로 교과서에 실렸을 때 등 보람 있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햇반 저단백밥은 환자 200여명의 식탁에 하루 두 끼 이상 꾸준히 오르며 2020년 말까지 약 170만개 생산됐다. CJ제일제당은 2010년부터는 매년 PKU 환아 및 가족 캠프에 햇반 저단백밥을 제공하고 별도 기부금을 전달하는 등 후원활동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정 수석연구원은 “햇반 저단백밥처럼 희귀질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도 식품기업으로서 사명”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맛있게 먹는 일반 햇반 제품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층이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밥들을 연구·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