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기부자로는 역대 최고액
“형편 어려운 아이들에게 써달라”

“사람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갑니다. 무언가를 쥐고 있으려면 어깨가 무거워지죠. 짐을 내려놓으니까 시원합니다.”
한국장학재단에 100억원을 기부한 김용호(69) 삼광물산 대표의 말이다. 이 재단 개인 기부자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26일 한국장학재단은 김 대표가 저소득층의 학업을 위해 써 달라며 100억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장학재단 등에 따르면, 김 대표는 고액 기부 배경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는 “평상시에 기부를 쭉 해왔다”며 “이제는 나이도 70줄에 들어서니 가는 길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중학교 2학년부터 신문 배달로 학비를 스스로 벌어 대학까지 졸업한 김 대표는 30대에 사업체를 차려 자수성가한 뒤 본격적인 기부활동에 나섰다. 유니세프 등에 소액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회사 직원 자녀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했다. 2013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그러다 올해부터 도입된 전체 학년 무상교육으로 고등학교 장학금을 중단하게 되면서 다른 기부처를 물색하다 장학재단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김 대표는 “(이번 기부금이) 저소득층과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자녀들 등 생활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며 “그런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길에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학재단은 김 대표와 그의 신조인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빈손으로 와 빈손으로 간다)’를 딴 ‘푸른등대 공수(空手) 김용호 기부장학금’을 신설해 매년 저소득층 가정 자녀의 학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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