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국무 지명자, 유창한 불어 실력 ‘화제’

‘영어 잘하는 프랑스 대통령과 프랑스어 잘하는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
미국 조 바이든 새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미국과 프랑스 사이에 ‘훈풍’이 불고 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과 프랑스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역할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한때는 ‘브로맨스’라고 불릴 정도로 사이가 좋았으나 결국 서먹해진 상태로 결별했다,
백악관은 2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기후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란 핵문제 등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양국 대통령실이 밝혔다.
특히 프랑스 대통령실에 해당하는 엘리제궁은 “두 정상이 첫 통화에서 코로나19 위기와 국제안보 문제에서 의견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의견일치’라는 표현에서 보듯 이견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역시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을 전하며 프랑스를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동맹국”이라고 지칭했다.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배에 맞설 당시 프랑스와 동맹을 맺고 영국과 싸워 결국 독립을 쟁취한 점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독립 후 한동안 프랑스는 미국에 가장 중요한 외국이었다. 미국은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비롯해 제1·2차 세계대전, 6·25전쟁, 냉전 등을 거치며 독일, 일본, 중국, 소련(현 러시아) 등 세계 주요 강대국과 거의 한 번씩 싸웠으나 프랑스와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눈길을 끄는 건 외신이 ‘두 정상의 통화가 영어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고 보도한 점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통역 없이 영어로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실 마크롱 대통령은 역대 프랑스 국가원수 중 영어 실력이 아주 뛰어난 편이다.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 근무한 이력이 있고 영어 사용권 언론 인터뷰나 국제회의에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자국어에 대한 자존심이 유별난 프랑스 정치인으로선 드문 일이다. 가끔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어로 글을 올리기도 해 프랑스어 사랑이 남다른 지식인들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한다.
프랑스에 영어를 잘하는 대통령이 있다면 미국은 프랑스어를 잘하는 외교 수장을 곧 맞이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국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토니 블링컨 지명자가 주인공이다. 블링컨 지명자는 명문 하버드대 출신인데 대학 입학 전 프랑스 파리에서 고교를 졸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며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국무부에 몸담으면서 주로 유럽 쪽 업무를 담당했다. 요즘 프랑스에선 그의 국무장관 지명을 계기로 과거 프랑스 방송 등에 출연해 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동영상이 SNS를 통해 널리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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