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에서 CJ대한통운 택배기사로 일하는 A씨는 최근 본사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하나 받았다.
강아지용 케이크, 회사로고가 새겨져 반려견에게 입히기만 해도 보기 좋은 깜찍한 근무복이었다.
A씨는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반려견과 함께하는 택배기사 또 들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혼자 보기에는 너무 귀엽고 재미있어서 감사한 분들과 공유하고자 이렇게 들렀다”며 받은 선물 등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강아지용 케이크와 함께 근무복 입은 반려견 ‘경태’의 모습도 담겼다.
A씨는 원래 케이크에 ‘명예 택배기사 경태’라는 글이 쓰였지만, 개봉과 동시에 강아지가 일부를 먹으면서 일부가 없어졌다고 밝혀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냈다.
올라온 글을 기사화해도 괜찮을지 묻고자 19일 A씨에게 걸었던 전화 너머에서는, “괜찮습니다”라는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그의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A씨는 통화하는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물건을 배송하던 중으로 보였다.

사연은 이렇다.
이달초 A씨의 택배차량 화물칸에 강아지가 있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단면만 담긴 내용에 ‘동물학대 아니냐’는 누리꾼의 비난이 쏟아졌다. 화물차에 강아지가 방치된 것 아니냐는 거였다.
지인을 통해 글이 올라온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며칠 뒤, 용기를 내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정확한 사실을 알렸다.
먼저 ‘학대 논란’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한 그는 “2013년 장마철, 집 앞 화단에서 강아지가 숨만 붙은 채 발견됐다”며 “심장사상충 말기로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고 버려진 강아지를 처음 만난 날을 언급했다.
수술을 거쳐 건강을 되찾은 후부터 강아지는 A씨와 교감하는 새로운 반려견으로 태어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 과정에서 최대한 정감이 가는 사람 이름을 지어주는 게 좋겠다는 수의사의 조언에 ‘경태’라는 이름을 반려견이 얻었다고도 덧붙였다.
모든 악몽이 사라졌으면 좋았겠지만, 이전의 유기 사건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정되는 분리불안 때문인지 자신이 보이지 않으면 짖고 울기만 해 결국 차에 태우고 다니게 됐다고 한다.
차량 이동 시에는 조수석에 태우고, 물건 배송할 때는 서로가 서로를 쉽게 볼 수 있는 등의 차원에서 짐칸에 둔 것인데, 여기서 ‘동물학대’ 논란이 빚어졌다.
A씨는 불편해 한 고객의 지적을 이해했다. 그는 글에서 강아지와 자신의 서로간 믿음이 확실한 만큼 조금만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면서, 고객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개선할 사항은 반드시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A씨는 그 무렵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배송을 마치고 차에 돌아오면 놀아달라고 하는 경태를 보며 힘이 많이 난다”며 “덕분에 쉬는 시간도 생기고 일상이 즐거워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예전보다 택배기사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진 편이지만, 가끔 통화 시에 기사들을 하대하는 분들이 계시다”며 “그런 점만 바꿔주시면 우리 기사님들께서도 근무하실 때 더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런 부탁도 남겼다.
기사가 나간 뒤, 한 누리꾼이 A씨에게 강아지 관련 용품을 보내고 싶다는 연락을 세계일보에 취해왔지만, 의향을 묻는 말에 A씨는 “선물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일도 아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며 답을 해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지금도 같다고 한다.
유기의 아픔을 떨친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연으로 보는 이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던 택배기사의 이야기는 이렇게 ‘해피엔딩’이 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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