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정치가 아니고 과학. 불필요한 말에 절대 귀를 기울이도 안 되고 현혹돼서도 안 된다”고도 강조

문재인 대통령 부부에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바꿔치기 억측’에 시달렸던 서울 종로구 보건소 소속 간호사가 이번에는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해대책본부(중대본) 주요 인사를 상대로도 직접 주사를 놨다. 정 총리는 중대본 본부장을 맡고 있다.
정 총리는 26일 오후 2시 중대본 1차장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2차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종로구 보건소를 찾았다.
정 총리는 접종 전 의사의 진찰을 받았으며, 앞서 문 대통령 내외에게 AZ 백신을 접종한 간호사가 이날도 주사를 놓기 위해 대기했다.
이 간호사는 왼쪽 어깨를 걷어올린 정 총리에게 음주를 자제하고, 무리한 운동은 2~3일 후 하라고 당부한 뒤 백신을 접종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뉴스1에 “문 대통령 주사 당시와 똑같이 백신에서 약물을 뽑아낸 다음 다시 캡을 씌운 뒤 접종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 간호사는 지난 23일 종로구 보건소를 방문한 문 대통령에게도 이 같은 ‘리캡’ 방식으로 접종했었다.
당시 녹화 방송으로 공개된 영상에서 이 간호사는 주사기를 들고 바이알(약병)에서 백신을 추출했다. 이렇게 분주(소분)한 뒤 백신과 함께 뚜껑을 뺀 주사기를 들고 가림막 뒤로 갔다 나와 접종했다. 칸막이 뒤에서 나온 이 간호사 손에 들린 주사기는 전과 달리 뚜껑이 씌워져 있었는데, 이 모습에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다. 주사기를 바꿔치기한 것이 아니냐는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글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혈전 부작용 논란이 일었던 AZ 대신 화이자 백신 등을 접종했다는 가짜 뉴스도 범람했다.
이후 이 간호사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됐고, 일부 단체는 종로구청과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양심 선언을 해라”, “죽인다”, “불지르겠다”, “폭파하겠다” 등 협박과 욕설을 하기도 했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위기소통팀장은 지난 24일 기자단 설명회에서 “통상적이라면 앉아 있는 상태에서 바로 주사기로 옮겨서 접종하는데. 촬영 준비기간이 있어 주사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캡을 씌웠다”며 “이후 접종 직전 벗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대본은 아울러 리캡 논란을 둘러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수사를 경찰청에 의뢰했고, 책임 관서로 지정된 대구경찰청에 내사에 들어간 상태다.
당시 보건소 측은 충격을 감안해 이 간호사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휴가를 주려고 했으나 본인이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 총리와 권·전 장관을 상대로 한 이번 접종을 만류했지만, “직접 하겠다”고 자원했다는 후문이다.
종로구의 다른 관계자는 뉴스1에 “각종 논란에 시달리고, 대외적으로도 높은 관심을 받아 또 접종하긴 쉽지 않았을 텐데 책임감이 굉장히 강한 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정 총리도 이날 백신을 맞으면서 “왜 협박을 하느냐”라며 “가짜 뉴스 내지는 이상한 동영상 같은 게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전혀 고통스럽지도 않고 편안하게 접종을 잘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대한민국의 의료진, 간호사들도 주사를 잘 놓으시고 저를 접종해준 간호사도 그런 유능한 분 중 한 분”이라고 칭찬했다.
이런 음모론이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현 아니겠느냐는 질문에 “백신은 정치가 아니고 과학”이라며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에둘러 답했다.
아울러“대통령을 위해서도, 중대본을 위해서도 맞는 게 아니고, 백신은 자신과 이웃, 가족을 위해 접종하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말에 절대 귀를 기울이셔도 안 되고 현혹돼서도 안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백신은 과학”이라며 “정치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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