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아동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2일 정인이 사망사건 관련 방송 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엔 정인이 관련 검색어가 연일 오르내리고, 특히 정인이 양부모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인이 진정서’에 대한 검색어도 올라오고 있다. 현재 맘카페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진정서를 넣었다는 후기와 동참을 촉구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정인이 관련 기사엔 양부모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댓글들이 쏟아졌으며, 양부모의 중형을 주장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뤘다.
정치권에선 ‘정인이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대선후보였던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참혹한 죽음, 가슴 아프고 미안해”라는 논평을 냈고,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은 “정인이의 가엾은 죽음을 막기 위해 아동학대 형량을 2배로 높이고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정·고소영·한혜진·소유진·이윤지·신애라 등 연예인들도 정인이를 추모하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그알’ 제작진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챌린지는 종이에 ‘정인아 미안해‘라는 문구를 쓴 뒤 SNS에 공유한다. 방탄소년단 지민도 이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트위터 한국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정인아 미안해’가 오르기도 했다.
4일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에서 가해 부모를 살인죄로 의율함과 더불어 아동학대 사건에서 초동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정인 양의 양모는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 됐다.
지난 2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선 정인 양이 아동학대로 숨지게 된 사건을 재조명했다. 방송에서는 정인 양의 몸 상태를 본 전문가들의 의견과 주변인들의 증언 등이 방영됐다.
응급실에 실려 온 정인 양의 상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정인 양의 배는 피로 가득 차 있었고 췌장이 완전히 절단돼 있었기 때문이다. 회색 음영으로 가득 찬 정인양의 CT사진을 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회색 음영, 이게 다 그냥 피고 이게 다 골절”이라며 “이 정도 사진이면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아동학대”라고 지적했다.
의료진과 누리꾼들이 가장 충격을 받은 점은 정인 양의 췌장이 절단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그알’ 제작진은 췌장이 절단되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가해져야하는 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방송에 출연한 외상의학 전문의는 “3세 아동 기준 췌장이 파열되려면 3800~4200N(1㎏의 물체를 1㎨만큼 가속시키는데 필요한 힘)만큼 충격이 가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작진은 정인이 양모와 신체조건이 비슷한 여성이 물리력을 가했을 때 그 수치를 조사했다. 이 여성이 특정 물체를 발로 밟을 때는 1778N이란 물리력 수치가 나왔고 의자에 앉아 발로 밟았을 때는 1927N, 소파에서 뛰어내렸을 때는 3246N이 나왔다. 이 여성이 재차 뛰어내렸을 때는 3800N이 나왔다.
한국기술교육대 메카트로닉스 공학부 윤영한 교수는 “벽에 서 있거나 바닥에 누워있어 뒤로 밀릴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받는 충격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장기와 척추가 접촉하게 되는 상황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3세 아동을 벽에 세워두거나 눕혀둔 상태에서 복부에 충격을 가해야 췌장 파열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정인이가 숨지기 하루 전 어린이집에서의 CCTV 모습이 공개돼 누리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기도 했다. CCTV에 비친 정인이는 기운이 없고 아파 보이는데도 울지 않았다. 소아과 전문의는 “정서 박탈이 심해서 정말 무감정인 상태일 때 저런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오전 숨졌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인 양의 사망원인을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양모인 장모씨는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첫 공판은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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