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끝으로 ‘정계은퇴’ 가능성도 제기

‘18선’ 관록을 자랑하는 미국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이 임기 2년의 하원의장을 또 맡게 됐다. 미국에서 대통령, 부통령(상원의장 겸임)에 이어 국가 의전서열 3위에 해당하는 하원의장만 이번이 벌써 4번째다. 일각에선 올해 81세의 고령인 펠로시 의장이 이번 임기를 끝으로 정계에서 은퇴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3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펠로시 의원은 이날 새로 출범한 미 제117대 의회에서 하원의장으로 재선출됐다. 펠로시 의장은 216표를 얻어 209표를 받은 공화당의 경쟁 후보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를 근소하게 앞섰다.
펠로시 의장은 앞서 110대(2007∼2008)과 112대(2011∼2012), 그리고 116대(2019∼2020) 의회에서도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하원의장을 지낸 바 있어 이번이 벌써 4번째 하원의장 직무 수행이다.
하원 민주당은 직전의 116대 의회(2019∼2020)에선 공화당보다 30여석 많았지만, 지난해 11·3 대선과 함께 치른 의회 선거에선 일부를 빼앗겨 새 의회에선 222석 대 211석으로 격차가 크게 줄었다.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나타난 ‘216 대 209’이란 얼마 안되는 차이가 민주당의 힘이 상당히 빠졌음을 보여준다.
이번이 하원의원 18선이고 올해 81세의 고령자라는 점 때문에 민주당 내 몇몇 젊은 의원들은 ‘펠로시 의장이 그만 후진을 위해 용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번 의장 투표도 민주당에선 이탈표가 일부 나왔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 선출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1940년 메릴랜드주의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정에서 6남1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부친이 민주당 소속으로 시장과 연방 하원의원, 오빠도 민주당 소속 시장을 각각 지낸 정치인 집안이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펠로시 의장은 곧장 정계에 뛰어들 것이란 안팎의 예상과 달리 23살이던 1963년 결혼한 뒤로 한동안 사업가인 남편을 돕고 자녀를 기르는 등 평범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거주지인 캘리포니아의 민주당 평당원으로 열심히 활동하며 정치권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던 펠로시 의장은 1987년 자신이 살던 지역구 의원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한다. 첫 당선을 포함해 현재까지 18선을 기록 중인 그는 미국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의 하원의장이란 기록까지 거머쥐게 되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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