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코앞에 외부 공모로 급결정
인선과정 두달간 수사공백 우려
3만명 지휘·감독 ‘한국판 FBI’
중립성 의식 공개채용 택한 듯

새해 ‘한국판 FBI’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하는 가운데 그 수장인 국가수사본부장은 당분간 공석이 불가피해졌다. 출범을 코앞에 두고 외부 공모로 본부장 선발 방식을 정하면서 최종 선발까지 길게는 두 달 가까이 소요될 전망이다.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경찰 1차 수사종결권 부여 등으로 경찰 수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가 ‘반쪽 출범’을 하게 된 모양새다.
경찰청은 2021년 1월1일 ‘국가수사본부장 경력 경쟁채용시험 계획’을 공고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정부가 관련 법 개정 이후 국가수사본부장 인선 방법을 검토하다 결국 내부 승진·전보가 아닌 외부 선발절차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국가수사본부장 외부 선발절차는 경찰법·경찰공무원 임용령 등에 따라 서류심사→신체검사→종합심사→경찰청장 추천→대통령 임용 순으로 진행된다. 국가수사본부장 경력경쟁채용시험 공고·서류접수 기간은 1월 11일 오후 6시까지다. 국가수사본부장 직급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다음인 치안정감이다. 임기는 2년이며 중임할 수 없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장 선발 절차를 2월까지는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 폭행 사건 내사종결에 따른 봐주기 수사 논란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이며 많은 국민이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역량에 의구심을 품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막강해진 경찰 수사의 사무를 총괄해야 할 수장 자리가 최소 한 달 이상 비게 된 것이다.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보다 수사분야에선 실질적으로 더 큰 힘을 쥐게 된다. 개정 경찰법에 따르면 경찰청장은 본부장에 대해 ‘일반적 지휘’만 가능할 뿐 원칙적으로 ‘구체적 지휘’를 할 수 없다. 국가수사본부장이 직간접적으로 지휘·감독하게 되는 대상만 해도 본부 산하 2관(수사기획조정관·과학수사관리관), 4국(수사국·형사국·사이버수사국·안보수사국), 1담당관(수사인권담당관)과 함께 각 시·도경찰청장, 경찰서장·수사부서 소속 공무원 등 총 3만명 수준이다. 최근 경찰은 대규모 사건, 여론 관심이 쏠린 사건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도경찰청 산하 수사대를 확대·개편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강력범죄수사대, 지능범죄수사대는 금융범죄수사대로 개편됐고,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와 마약범죄수사대가 신설됐다. 경기남부·부산경찰청에도 각각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와 강력범죄수사대가 생겼고, 대구·인천·경남경찰청에는 광역수사대가 신설됐다.

이렇게 몸집을 키운 경찰 수사의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이 불가피한데도 정부가 국가수사본부장 관련 공개 채용을 통한 외부 인사 영입을 택한 건 결국 수사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가수사본부장 모집 대상은 10년 이상 수사 경력을 갖춘 3급 이상 공무원 또는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출신, 10년 이상 경력을 갖춘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다. 경찰 측은 일단 국가수사본부장 선발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직무대리자를 지정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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