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성(25)은 KBO 리그의 여러 스타선수들 중 미국 프로야구(MLB) 진출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손꼽혀왔다. 유격수라는 특수 포지션을 맡으면서도 매 시즌 정상급 타격 성적을 만들어온데다 나이도 MLB에서 갓 데뷔한 선수들과 큰 차이 없을 정도로 어린 덕분이다. 그동안 MLB에 도전했던 KBO리그 타자들의 결과가 신통치 않았음에도 현지 구단들이 매력을 느낄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기에 이달 초 그의 포스팅 절차가 시작된 뒤 행선지를 두고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런 김하성의 샌디에이고행이 가시화됐다. 복수 미국 현지매체들이 29일 그의 샌디에이고 입단 소식을 앞다투어 전한 것. MLB닷컴은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와 입단 합의했다. 피지컬 테스트가 끝나지 않아 아직 구단은 계약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애슬레틱의 데니스 린과 MLB네트워크의 존 헤이먼 등 유력 취재진들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와 최소 4년 이상의 계약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계약 조건은 연평균 연봉 700만달러 수준으로 전망됐다. 김하성은 지난 28일 계약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현지 언론의 입단 합의 소식이 나온만큼 연내 계약 가능성도 커졌다.
김하성의 샌디에이고행은 다소 의외다. 샌디에이고는 MLB에서도 최상급 내야진을 갖춘 팀이기 때문이다. 3루에는 올스타에 4차례나 뽑힌 매니 마차도(28), 유격수에는 빅리그 2년 차 만에 최정상 내야수로 성장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1)가 버티고 있다. 2루수는 지난해 내셔널리그(NL) 신인왕 투표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한 제이크 크로넨워스(26)가 맡고 있다. 이처럼 젊은 스타들로 이미 내야 주전 라인업이 꽉 차있지만 지난 가을부터 김하성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현지발 소식이 꾸준히 나왔고, 결국 실제 계약까지 임박했다.
샌디에이고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2018년 AL 사이영상 수상자인 블레이크 스넬(28)을 탬파베이로부터 트레이드해오는 등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권 도전을 위해서는 좋은 타격 능력을 갖춘 내야 자원의 다수 확보는 필수로 김하성 영입도 이런 일환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하성의 올 시즌 기록은 타율 0.306, 30홈런, 109타점, 23도루로 MLB 기록전문 사이트 팬그래프의 야구 예측 시스템 ‘ZiPS’를 활용해 MLB 성적으로 변환하면 타율 0.274, 출루율 0.345, 장타율 0.478, 24홈런, 17도루가 된다. MLB 우승 도전팀의 한 조각으로 뛰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다.
일단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유격수, 2루수, 3루수를 오가는 유틸리티 내야수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리그 적응이 끝나면 크로넨버그와 2루 주전을 놓고 본격적인 팀내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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