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가지 백신이 세계사를 바꾸었다/김서형/살림/1만6000원
백신의 메커니즘은 한 사람의 인생, 나아가 인류 역사의 흐름과 닮은 구석이 있다. 백신은 인간이나 동물에게 특정 질병 또는 병원체에 대해 후천성 면역을 부여한다. 후천성 면역의 특징은 면역 기억이다. 이전에 인체에 침투했던 병원체의 정보를 기억했다가 후일 같은 병원체에 감염되면 빠른 면역 반응이 발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위기가 반복되고 그 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우리네 삶 말이다.
3000년 이상 인류를 괴롭혔고, 20세기에만도 3억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던 천연두를 박멸했던 것이 대표적인 백신 사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 근절을 위해 10년 동안 5억 번 이상의 백신 접종을 실시했다. 1980년 5월8일 WHO는 공식적으로 “전 세계의 모든 민족이 천연두로부터 자유를 얻었다”고 선언한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치명적인 유행성 전염병을 통제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다시 한 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속에 있다. 인류는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의 파급력에 우왕좌왕하고 있고, 지구 전체적으로 170만여명이 숨지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 약 1년 만에 우리는 백신을 통한 바이러스 퇴치에 돌입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감염병 전문가, 제약사가 총력전을 벌여 만든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속도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빼앗긴 일상을 되찾을 시간이 머지않았다.
‘6가지 백신이 세계사를 바꾸었다’는 이처럼 인류가 겪어온 위기(전염병)와 극복(백신)의 역사를 되짚었다. 질병사 연구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저자가 천연두 백신, 광견병 백신, 결핵 백신, 소아마비 백신, 홍역 백신, MMR 백신 등 최근 200여년 사이 6가지 백신이 인류를 구해낸 사례를 알아보고, 각각의 전염병이 사회를 뒤덮으며 나타난 변화를 정치, 경제, 의학, 과학 기술의 역사와 함께 살폈다.
코로나19 백신 소식으로 세계가 들뜬 모양새지만, 이는 처음이 아닐뿐더러 끝도 아니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정체불명의 새로운 바이러스가 또 나타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 유행한 홍역처럼 백신이 정착해도 미접종자가 증가하면 사라졌다고 생각한 전염병이 다시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 변이 사례가 발견되기도 한다. 학습하는 동물인 인간은 백신의 역사를 통해 ‘전염병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지 조금이나마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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