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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아닌 하드웨어·네트워크에 치중… VR·AR 위기 불렀다 [뉴스 인사이드]

입력 : 2020-12-26 12:00:00 수정 : 2020-12-26 13: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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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AR산업 역성장 이유는
시장 붕괴 일회성 체험관에 투자 주 원인
VR게임장 코로나 직격탄… 폐업 잇따라
2017∼2018년 300여개 게임장 현재 80개
콘텐츠 공급 개발사들도 연쇄적 어려움

작년 연 매출 10억원 미만 게임업체 69%
5G 상용화에도 콘텐츠 없어 가입자 이탈
PC게임 위주 유통 플랫폼 구조도 문제
“VR 하드웨어 시장 활성화 킬러 콘텐츠 관건”

“지금까지 VR(가상현실) 게임장에 들어가는 수수료로 회사를 운영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이젠 회사 문을 닫아야 할 판입니다.”

25일 경기도에서 VR게임 개발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씨는 코로나19로 수입이 급감해 최근 몇몇 개발자들을 해고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글로벌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VR게임이라고 자부하지만 사실상 국내 VR관련 정부 지원이나 기업의 투자는 국방과 의료 같은 콘텐츠와 VR기기 및 게임장에 치중돼 있다”며 “결국 시장을 강타할 게임 등 VR 콘텐츠 개발사들은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춘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실감형 콘텐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한국의 VR 및 AR(증강현실) 산업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게임산업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최대 수혜자로 꼽히고 있지만 VR게임으로 대표되는 VR 콘텐츠 산업은 사정이 다르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콘텐츠가 아닌 하드웨어와 네트워크에 집중해온 한국 VR 시장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닐슨 산하 시장조사기관 수퍼데이터에 따르면 VR헤드셋 매출을 제외한 2020년 VR 시장 규모는 29억달러(약 3조원)로 전년도의 33억달러에 비해 약 10% 감소할 전망이다. 슈퍼데이터는 “VR 부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하드웨어 공급부터 소프트웨어 발매까지 모든 부분이 지연되면서 손실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8000만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됐던 글로스테이션(샌드박스VR)은 지난 8월 파산 신청을 했다.

이 같은 VR 시장의 어려움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VR 시장의 붕괴는 지금까지 콘텐츠가 아닌 VR 게임장으로 대표되는 일회성 체험관에 투자한 영향이 크다. 가정용 VR의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VR 게임장은 시장을 지탱해 온 힘이었지만 코로나19로 급격하게 고객의 발길이 끊겼고 폐업 수순에 돌입한 사업장도 다수다.

업계에 따르면 초기 VR 콘텐츠를 비롯한 실감형 콘텐츠에 대한 정부 지원이 테마파크, 체험존과 같이 일회성 체험관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 결과 2017~2018년 전국 약 300여개의 VR 게임장이 생겨났지만 2019년 180여개에서 현재 전국 VR 게임장은 80개 미만으로 추산된다. 기기 보급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대중과의 접점 역할을 해오던 VR 게임장의 감소로 VR 게임장에 콘텐츠를 공급할 VR 콘텐츠 개발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가상현실 게임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연간 매출액 10억원 미만인 VR 관련 회사가 68.7%로 나타났고 이 중 ‘1억원 이상 3억원 미만’이 2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100억원 이상 매출 기업은 전체 조사대상 중 6.3%로 4개 업체에 불과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VR 게임장 산업의 악화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2019 VR 게임사업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콘텐츠진흥원이 전국 65개 VR 게임장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체의 55.4%(36개)는 향후 VR 게임장 산업이 ‘악화될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정부는 2023년까지 실감콘텐츠 육성에 1조3000억원 규모를 투자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또한 업계에서는 성과를 나타낼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산업의 조기성장을 위해서는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의 유기적 성장이 중요한데 지금까지 디바이스에만 집중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감형 콘텐츠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체험시설 중심의 단발성 수익모델은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VR 하드웨어 시장이 죽으면서 이를 활용할 소프트웨어인 콘텐츠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세계 최초 상용화된 5G 서비스로 VR·AR 등 실감형 콘텐츠를 버퍼링 없이 즐길 환경이 구축되면 초실감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실감 라이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5G의 상용화에도 VR 시장에는 LTE(롱텀에볼루션)와 차별화되는 킬러 콘텐츠의 부재로 서비스 가입자가 이탈하는 등 난관에 봉착해 있다. 유통구조도 문제다. 현재 실감형 콘텐츠를 유통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스팀이 있지만 PC 게임을 위주로 유통하고 있다 보니 VR 게임 및 콘텐츠의 유통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에도 전체 게임이용률 대비 VR 게임 이용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게임이용자 1995명 중 VR 게임을 이용해본 비율은 8.9%(178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모바일 게임(90%, 1780명)이나 PC 게임(64.1%, 1278명)을 이용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독점 타이틀로 시장 1위를 지켜내고 있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VR 시장을 비교하곤 한다. 소니는 아성에 도전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를 독점 타이틀로 막아냈다. 라스트오브어스 시리즈와 언차티드 시리즈, 갓오브워 등 소니 산하 개발사를 통해 만들어낸 독점작이 이뤄낸 결과다. 시장에서는 독점작을 하기 위해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매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결국 제대로 된 킬러 콘텐츠만이 VR 하드웨어 시장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 불확실성 해소와 비즈니스 모델 확립을 통한 명확한 수익 구조와 영상, 게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통하여 성장을 견인한다면 민간 투자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제대로 된 개발사의 게임 등 콘텐츠가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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