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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 디자인’… 위로와 공감을 입히다

입력 : 2020-12-22 04:00:00 수정 : 2020-12-21 22: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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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돋보인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불에 타지 않는 폐방화복 재활용
백팩으로 재탄생… 수익금 절반 기부
‘당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대중 소비를 이끄는 감성 충만
한국 전통에 현대적 쓰임새 더해
과거·현재 잇는 새 제품 선보여
편리한 디지털 기기 마다하고
‘쓰는 사람’들을 위한 문구 눈길
내구연한이 지난 소방복을 재활용하는 119레오의 업사이클링 가방. 수익금 절반은 암 투병 소방관에게 전해진다.
‘거리두기’라는 사회적 악천후에서도 제19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무사히 개최됐다. 2002년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이 디자인 페스티벌은 디자인을 중시하는 브랜드와 디자이너에겐 자신들의 역량을 선보이는 자리. 대중에겐 여러 디자인 관련 행사·전시회 중에서도 가장 폭넓은 우리나라 디자인 트렌드를 접할 기회다.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올해 전시회 역시 200여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화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 이를 주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기능으로 역할이 확장된 공간 디자인과 코로나 블루를 치유하는 위로와 공감의 디자인, 자연과의 공생을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비롯해 기존의 상식을 틀을 벗어나 색다른 재미를 갖춘 디자인이 선보였다.

 

◆소방복의 업사이클링, 119레오

 

2020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가장 큰 흐름은 ‘업사이클(upcycle, upgrade+recycle)’. 단순한 재활용(recycle)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용도를 부여하는 디자인 제품이 가장 주목받았다. 그중에서도 눈길 끈 제품은 119레오(119REO·Rescue Each Other)의 방화복 업사이클로 만든 가방. 119레오에 따르면 소방 방화복은 법적 내구연한이 3년이다. 매년 폐방화복이 1만벌 가까이 버려지는데 119레오는 폐방화복과 소방호스 등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그 수익금으로 암 투병 소방관을 돕고 있다. 방화복은 불에 타지 않고 방수기능이 훌륭한 고기능성 소재다. 백팩은 정가 26만원. 모든 업사이클제품이 그렇듯, 방화복 역시 가방으로 만들기 위해선 상의 16조각, 하의 10조각을 사람 손으로 일일이 분해하고 세척한 후 장인이 꼼꼼한 손길로 다시 재단해 가방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정을 거치기에 원가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수익금 절반은 암 투병 소방관에게 전달된다.

헤즈의 유엔난민기구 후원자를 위한 감사 선물 디자인 (위쪽)과 화장품 브랜드를 위한 인플루언서 킷.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인플루언서를 끌어당기면서 제품 장점을 돋보이게 만드는 패키지 디자인이 화려하다.

◆인플루언서를 움직이기 위한 디자인, 헤즈

 

넓은 전시회장에서 관객 발길을 오래 잡은 건 헤즈의 인플루언서 키트 시리즈. 헤즈는 ‘당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을 위한 디자인’이란 구호를 내세운 디자인 기업이다. 2003년 설립 이후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보여 왔는데, 특히 크고 작은 브랜드 제품을 소개하기 위한 인플루언서 시트가 인상적이다. 인플루언서가 대중 소비를 이끄는 시대에 그 인플루언서들을 사로잡기 위한 아이디어와 감성이 담긴 여러 디자인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헤즈 총괄크리에이티브디렉터인 나경수 이사는 “신제품 출시 등의 홍보를 위해 기자들에게 제공됐던 보도자료와 같은 ‘프레스 키트’가 소셜미디어 발달과 홍보 방향성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하는 키트로 변화해 왔다”며 “영향력이 큰 홍보매체이자 필수적인 바이럴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은 인플루언서 키트는 브랜드 혹은 제품의 콘셉트와 특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간결하고 재미있게 표현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통을 재해석하는 미미달의 대표작 고려청자 문양의 스마트폰·이어폰 케이스와 새롭게 선보이는 단청우산.

◆스마트폰 케이스에서 되살아난 전통 문양, 미미달

 

디자인 브랜드 미미달(Mimidar)은 한국 전통에 현대적 쓰임을 더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사라져 가고 있는 옛것에 현재의 변화된 가치를 담은 디자인 상품을 선보인다. 고려청자에 새겨진 학 문양을 활용해 만든 스마트폰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미미달은 이번 전시에선 “고궁의 처마 아래서”라는 주제로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잊혀 가는 전통의 가치를 되새기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조선시대 ‘왕’만이 누릴 수 있었던 고궁과 권력의 상징 일월오봉도로 노트북 가방과 필통, 엽서를 만들고 왕조의 상징인 궁궐 처마와 단청으로 우산과 가방을 만들었다.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 브랜드 소소문구의 제품들.

◆쓰는 사람들의 참새방앗간, ‘소소문구’

 

소소문구는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를 만드는 브랜드. 참새가 자신이 정한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듯 소소문구가 생각하는 ‘쓰는 사람’도 스스로 선택한 ‘터’인, 지면(紙面)을 늘 곁에 두고, 쓰는 삶을 지속하는 사람을 말한다. 쓰는 사람의 터에는, 사소한 끄적임부터 구체적인 설계까지 다양한 생각의 씨앗이 심겨 있다. 그리고 열매가 자란다. 편리한 디지털 기기가 있음에도 종이 위에 쓰고, 그 안에 생각을 심는 ‘쓰는 사람’들을 위해 문구를 만든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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