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라 CEO “백신 신뢰 위해선 먼저 맞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불안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영국과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각국에 가장 먼저 보급되고 있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의 최고경영자(CEO)는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화이자 CEO 앨버트 불라는 14일(현지시간) CNN방송에서 “새치기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누가 먼저 백신을 맞을지 의논하는 윤리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의료진과 요양원 거주자 및 직원이 우선 접종 대상이라는 데 합의했다”면서 “우리는 CDC의 엄격한 규정을 염두에 두고 순서를 어기면서까지 먼저 백신을 맞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라는 백신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차원이라면 먼저 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백신을 신뢰하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여러 차례 실시한 결과 많은 사람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나 다른 대통령, 백신 회사 CEO가 접종받는다면 신뢰할 수 있다고 답했다”며 “회사의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내 차례가 아니어도 접종 받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 전문가들에 따르면 ‘집단 면역’(인구 대다수 감염시 감염병 확산 둔화)을 달성하려면 인구의 60~70% 이상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 백신에 대한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신 접종 시점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파우치 소장은 “당선인이 접종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언제 맞느냐의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종 임상 시험에서 95% 예방 효과를 확인한 화이자는 전 세계 최초로 영국의 승인을 받은 뒤 미국,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쿠웨이트 등도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특히 확진자가 하루 20만명에 달하는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이 확산세를 누그러뜨릴 희망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화이자의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축하하며 “첫 백신이 접종되었다. 미국에 축하를! 세계에 축하를!”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4개 병원이 화이자 백신 3만3150회 접종분을 수령했다고 알리며 “터널의 끝에 빛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터널 안에 있다”고 말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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