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와 합의 없이 일방적용
수당 안주려 출·퇴근기록 조작
“보완 입법·사업장 단속 필요”

“오후 9시 전에 퇴근하면 야근 수당이 없고, 밤 11시까지 일해도 저녁값 개념으로 하루에 1만원을 수당으로 지급할 뿐입니다.”(직장인 A씨)
“프로젝트 마감 기간에 따라 근무 시간 변동 폭이 큰데, 어떤 달에는 연봉계약서에 명기된 근로시간을 초과해서 한 달 총 근로시간이 300시간에 가까울 때도 있습니다.”(직장인 B씨)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접수한 직장 내 포괄임금제 갑질 제보 사례 65건을 분석한 보고서 ‘포괄임금제는 어떻게 공짜 야근을 만드는가’를 13일 발표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근로수당을 비롯한 법정수당을 실제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거나 기본급 외 수당을 시간별로 계산하지 않고 정해진 액수로 일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포괄임금제 적용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명확한 합의가 있고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을 때에만 인정된다.
그러나 직장갑질119의 보고서에 따르면 근무시간이 명확하고 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 업종에서도 사용자가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야근을 강요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사용자가 포괄임금제를 시행하면서 동의를 강요하거나 약정 연봉에 수당을 포함한 부당한 계약서에 서명을 강요하기도 했다. 또 추가 수당 지급을 피하고자 거짓으로 출퇴근 기록을 하도록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직장인 C씨는 “연장 근무를 해도 포괄임금제를 명목으로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며 오히려 출퇴근 기록을 남기지 말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직장갑질119는“입법을 통해 포괄임금제 악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입법과 별도로 고용노동부가 사업장을 집중 단속하는 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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