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만족도 늘지만 생산성 향상 미지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택근무는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한국은행의 13일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 쟁점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는 계속 늘어나는 양상이다.
미국 유럽의 경우 4∼5월 대규모 확산 당시 전체 근로자의 약 절반 정도가 재택근무를 했고, 국내에서도 코로나 19 이후 정보통신(IT) 부문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시행이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유연근무 비율(매년 8월 기준)은 2018년 8.4%에서 2019년 10.8%에서 올해 14.2%로 뛰었다. 다만 유연근무자 중 재택근무 참여율은 오히려 2018년 4.7%에서 2019년엔 4.3%로 줄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17.4%로 훌쩍 늘어난 모습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개인은 건강을 이유로, 기업은 복원력·유연성을 이유로 재택근무 유인이 각각 크게 늘었다”며 “정부도 시민의 건강을 유지하고 보건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이동제한조치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 데 기인했다”고 현상을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소비에서 온라인쇼핑이, 기업활동에서 원격회의가 늘어나는 것처럼 재택근무도 일시 조정은 있더라도 추세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경총이 9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3%가 향후 재택근무 확산을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재택근무가 늘어나더라도 모든 근로자에 이를 적용하기는 어렵고, 상시 재택근무보다는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재택근무’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재택근무의 활성화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직원 입장에서는 통근시간이 절약되고 업무 집중력 향상과 자율성이 증대돼 직무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용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직원의 주관적 만족도가 높아지면 이직률이 낮아지고 생산성과 기업이윤이 증가한다는 게 런던정경대(LSE)의 분석이다.
반면 넷플릭스의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지난 9월 “(재택근무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없으며 대면방식으로 모이지 못하는 것은 완전히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특히 업무에 아직 미숙한 신입사원의 경우 재택근무 시 업무 학습, 수행 등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한은 역시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높이는지 아니면 낮추는지에 대해 일의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효과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다.
한은은 향후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내려면 적응기를 거쳐 업무와 개인의 특성에 맞게 선택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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