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어에 능통한 40대의 중국계 여성 캐서린 타이 미 하원 세입위 수석 무역 고문을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9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차기 정부에서 미국과 중국 간 통상 무역 관계가 핵심 현안으로 부각할 것으로 보고, 대중 강경파인 중국 전문가를 USTR 대표로 내세워 ‘중국 잡기’에 나선다. 타이 내정자가 미 상원의 인준을 받아 취임하면 최초의 유색 인종 출신 여성 USTR 대표가 된다.
미국 인구의 7%가량을 차지하는 아시아계의 단체들은 최근 바이든 당선인 정부 인수위에 아시아계 각료 임명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인도계 여성인 나라 탠든 미국진보센터(CAP) 의장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으로 지명한데 이어 아시아계로는 두 번째로 각료급인 USTR 대표에 타이 고문을 내정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타이를 발탁한 이유 중의 하나는 차기 정부가 미국의 동맹국들과 연대해 국제 통상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타이가 USTR 대표로 취임하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3700억 달러(약 401조 45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 문제를 처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WSJ이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차기 정부가 대중 관세를 일단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중 무역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타이 내정자가 취임하면 미국이 대중 관세를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단계적으로 이를 축소할지 결정해야 하고, 관세율을 하향 조정하게 되면 그 시작 시점을 언제로 할지 결정해야 한다.
타이 내정자는 예일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1996∼1998년까지 2년 동안 ‘예일-중국 펠로우’로 중국 광저우의 한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타이 내정자는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중국 전문가로 미국이 중국에는 ‘강력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타이 내정자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USTR의 중국 담당 선임 법률 고문으로 활동했고, 미국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무역 분쟁으로 대립할 당시에 미국 정부 팀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타이 내정자는 지난 8월 미국진보센터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공격적이고, 과감한 조처를 하려면 강력한 정치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타이 내정자는 중국산 수입품에 크게 의존하는 분야에서 미국 정부가 관련 기업에 보조금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타이 내정자는 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과 거래할 때보다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미국과 동맹국이 상대방의 제품을 사는 협정을 맺을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또 미국의 제조업체가 해외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면 미국 정부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타이 내정자가 강조했었다.
타이 내정자가 자유무역 질서 재편 작업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이 다자 무역 협정 체제에 복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중국, 일본 등 15개국이 최근 체결한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미국이 참여할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타이 내정자는 지난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협상 당시에 트럼프 정부와 의회 간 협의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타이 내정자는 이 협정의 노동, 환경 분야에 가장 전향적인 내용을 새로 추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이 협정은 미국이 향후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모델이 될 것이라고 WSJ이 지적했다.
타이 내정자는 미 의회의 중도파와 진보파 그룹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보도했다. 주디 추 하원의원(캘리포니아) 등 10명의 여성 하원들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서한을 보내 타이를 USTR 대표로 지명해달라고 요청했다고 WP가 전했다. 미 의회의 전문위원이나 보좌관들은 대체로 행정부의 실무급에 기용되고 있으나 타이 내정자가 일약 각료급으로 지명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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