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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책임 ‘독박’ 쓰는 택배기사 ‘과로 쳇바퀴’

입력 : 2020-12-07 06:00:00 수정 : 2020-12-07 07: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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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처우 여전
잘못 배달하면 벌금 3만원 부과
책정 수수료보다 적은 돈 지급 등
불공정 계약으로 업무 애로 호소


택배 대란으로 하루 17시간 근무
상·하차 분류도 떠안아 산재 위험
“과로방지 대책 시행 나서야”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상·하차 때 분류 인력을 따로 두지 않아 몸이 파김치가 됩니다. 잘못 배달하면 ‘허위배송’으로 벌금 3만원이 부과돼 죽을 지경입니다.”

경기 용인에 사는 50대 택배기사 A씨는 일주일에 사나흘씩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17시간 가까이 일하고 있다. 끼니를 거르고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거의 일상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택배 대란’은 A씨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 주범이다. 하지만 A씨는 “배송 과정의 모든 책임을 지우는 불공정 계약과 관행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다수 택배기사들은 여전히 불공정한 처우에 시달리며 ‘과로의 쳇바퀴’를 돌고 있다. 지난 10월 택배업계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올해 과로사한 택배기사는 이미 1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6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경기도 택배노동자 전담 지원센터’에 접수된 주요 상담사례는 △업무 중 사고로 인한 산업재해 △위약금·보증금 등 불공정 계약 △장시간 노동과 분류 인력 미투입 △갑질 피해 등이었다.

40대 택배노동자 B씨는 택배업체와의 불공정 계약에 따른 수수료 미지급 건으로 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이천에 사는 20대 C씨도 택배업체와의 계약해지에 따라 보증금 반납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업체는 약속을 위반하고 건당 수수료 조정 등 구두계약 조건을 수시로 바꿨다.

D씨는 지난 9월 택배 물량이 너무 많아 업체에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업체는 오히려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D씨는 20여일간 일하면서 처리한 4000여건의 배송 수수료도 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이들은 불공정 계약 외에도 택배 분류까지 떠맡는 과중한 업무와 산업재해의 위험을 호소했다. 성남에 사는 30대 택배 노동자는 택배기사 본연의 업무가 아닌 상·하차 분류작업까지 도맡아 하고 있어 힘들다고 밝혔다. 물품 분류작업은 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분류 도우미가 필요하지만, 업체의 약속과 달리 아직 배치되지 않고 있어 가족을 동원해 분류작업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안성에 사는 한 택배노동자는 지역 지원센터에 현장 안전점검이 가능한지를 묻기도 했다. 대로변 차로에 임시 정차한 뒤 물품을 내리는 등 위험에 노출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천에 사는 40대 E씨는 “책정된 수수료보다 적은 수수료가 지급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물건을 분실하면 택배 기사에게 책임을 지우고, 잘못 배송됐을 때는 페널티를 부과하고 택배 가능 시간을 마음대로 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택배기사들의 현실은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실태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택배기사의 42%가 성수기에 14시간 이상 일했고, 휴게시간도 30분 미만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관계자는 “상담사례별로 법률 지원을 검토하고, 담당 부서에 정책 개선을 제안한 상태”라며 “국토교통부에 ‘상하차 분류 도우미 투입 법제화’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26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택배지부 관계자들이 고용노동부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총파업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를 열고 과로사 대책과 법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주요 택배사들은 지난 10월 배송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한 달이 훌쩍 지난 현재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주요 대책은 배송 현장에 투입하는 ‘분류 도우미’로, 상위 3개사는 5000여명의 인력을 내년 상반기까지 투입할 예정이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도 이른바 ‘택배법’으로 불리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을 법안 소위에 상정한 상태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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