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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새로운 스텔스”… 美·中·러 극초음속 미사일 각축전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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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06 13:00:00 수정 : 2020-12-06 1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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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경쟁 나선 강대국들
美 사드·패트리어트 방어시스템에
中·러, 기존 방어체계 작동 전 공격
속도 높인 최첨단 무기 개발에 나서
美도 위기 의식… 막대한 예산 투자

中 작년 핵탄두형 둥펑-17 선보여
괌기지 타격 가능 둥펑-26도 개발

러 순항 미사일 치르콘 시험에 성공
2022년 잠수함에 실전 배치할 예정

美 공동 극초음 활공체 시험에 성공
2023년까지 C-HGB 20기 등 배치
중국 인민해방군 훈련 장면. 글로벌 타임스 캡처


1998년 8월 20일 아라비아해에 있는 미국 항공모함에서 아프가니스탄 동부 호스트 지역으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60여기가 발사됐다. 시속 약 880㎞로 2시간가량 날아간 미사일은 테러리스트 훈련 캠프로 의심되는 목표 지점을 타격했고, 여러 명의 테러리스트가 사망했다. 하지만 미국이 노린 알카에다의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은 미사일이 캠프를 공격하기 전 해당 지역을 떠났다. 이후 미국 정보원들은 2000년 9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빈 라덴이 숨은 곳을 두 번이나 찾아냈지만, 미국은 그곳을 재빨리 타격할 수 있는 속도의 미사일이 없었다.

2001년 9월 11일 빈 라덴의 알카에다가 미국에 테러 공격을 가했다. 미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까지 공격 대상이 된 9·11 테러다. 미국은 이후 지구상 모든 곳을 1∼2시간 이내에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군사 강대국들이 기존 방어 체계가 작동하지 못할 정도로 속도를 높인 무기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각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기술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파괴력을 키운 기존 미사일로는 목표물 타격이 힘들어지자, 방어 시스템이 막을 수 없게 미사일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게임 체인저’의 등장이다.

◆‘속도가 새로운 스텔스다’… 게임 체인저의 등장

4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군사 강대국들이 개발에 주력하는 무기는 극초음속 미사일(hypersonic missile)이다. 전투기들이 마하 2∼3의 초음속 비행을 하는데, 극초음속 미사일은 최소 마하 5(시속 6120㎞)의 속도로 지구상 어느 곳이든 1시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다. 마하 10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같은 미사일 방어시스템(MD)조차 무용지물로 만든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엄청난 속도 때문에 상대가 발사한 사실을 인지해도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다. 더구나 원격 조종을 통해 궤도를 수시로 바꿀 수 있어, 상대가 노리는 목표물 파악도 쉽지 않다. 상대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게 각종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텔스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극초음속 미사일은 상대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무기인 셈이다. ‘속도가 새로운 스텔스다(speed is new stealth)’란 말처럼 극초음속 미사일이 실전에 본격 배치되면 전쟁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우선 탄도미사일처럼 로켓의 힘으로 상승하다가 고도 100㎞ 부근에서 활공체(글라이더)와 추진체가 분리된 후 활강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극초음속 글라이더 방식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도달 고도가 1000㎞ 이상인 점과 비교하면 극초음속 글라이더는 낮은 고도인 성층권 부근에서 분리돼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활강하며 비행 코스를 바꿀 수 있기에 요격이 어렵다.

스크램제트(Scramjet) 엔진을 탑재해 비행기처럼 낮은 고도를 날아가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도 있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내부를 빠르게 통과하는 공기를 연료와 함께 연소시켜 나오는 배출가스의 힘을 활용한다. 극초음속 글라이더와 미사일 모두 속도 때문에 발생하는 고온의 마찰열 등을 버틸 수 있는 최첨단 강화재료가 사용된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앞선 러시아·중국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서 앞서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다. 미국이 극초음속 비행체 등 관련 기술 개발에 먼저 뛰어들었지만 미사일 방어력을 높이다 보니 중국과 러시아는 방어망을 뚫기 위한 공격력을 확보하기 위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적극 나섰다.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실전 배치 및 기술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다. 러시아군 총참모장(참모총장) 발레리 게라시모프는 지난 10월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Zircon)’의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에 유사품이 없는 최첨단 무기로 무장해야 국방력이 보장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치르콘 미사일 시험은 러시아 북부 백해와 바렌츠해에서 이뤄졌다. 러시아 북부 백해의 호위함 ‘고르슈코프 제독함’에서 발사된 치르콘 미사일은 마하 8(시속 9792㎞) 이상의 속도로 비행해 450㎞ 떨어진 바렌츠해의 해상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 러시아군은 치르콘 미사일을 한 차례 더 시험 발사한 뒤 2021∼2022년쯤 수상함이나 잠수함에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시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아반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최대 속도가 마하 20(시속 2만4480㎞) 이상으로, 모두 16개의 ‘분리형 독립목표 재돌입 핵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다. 각 탄두의 위력은 100∼900kt(TNT 1000t에 상당하는 폭발력)에 달한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이 고도 8∼50㎞에서 극초음속으로 비행하고 궤도 변칙 비행을 할 수 있어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전투기 탑재형 초음속 미사일인 ‘킨잘(단검)’을 이미 실전 배치했다. 미그(MiG)-31 전투기에 장착되는 킨잘은 마하 10(시속 1만2240㎞)의 속도로 비행하고 사거리는 2000㎞로, 핵탄두와 재래식탄두 탑재가 모두 가능하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핵탄두형 탄도미사일 ‘둥펑(東風·DF)-17’을 처음 선보였다. 마하 10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둥펑-17’은 사거리 2500㎞로 비행 중 궤도 수정이 가능해 상대 방공망을 뚫을 수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최근 남동부 해안 군사기지에 배치했던 미사일 ‘둥펑-11’과 ‘둥펑-15’를 ‘둥펑-17’로 교체하는 등 대만을 겨냥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국영기업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은 중국 본토에서 미국 괌 기지 타격이 가능한 마하 10 속도의 ‘둥펑-26’을 개발했다.

중국은 최근 마하16의 속도를 낼 수 있는 항공기용 엔진 ‘소드램제트’(sodramjet)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초음속 비행 시 엔진 주입구에서 생성되는 엄청난 강도와 고온의 충격파를 수소연료와 결합해 추진력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연구진은 “현존 극초음속 항공 엔진 스크램제트는 너무 약하고 연료 소모가 많으며,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안 돼… 예산 쏟아붓는 미국

러시아와 중국 등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실전배치는 미국에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2018년 3월 열린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존 하이튼 당시 전략사령부 사령관(현 합참차장)은 “미국을 겨냥한 극초음속 무기 방어체계를 미국은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마이클 그리핀 국방부 차관은 “중국이 지난 10년 동안 미국보다 20배나 많은 극초음속 무기를 시험했다.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은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각각 우려를 표했다.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 등 무기 개발 및 방어체계 마련에 엄청난 돈을 퍼붓고 있다. 미 정부는 2018년 4월 세계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에 9억28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극초음속 타격 무기 관련 사업을 맡겼고, 8월에도 4억8000만달러(약 5400억원) 규모의 극초음속 무기 시제품 개발 사업을 의뢰했다. 미 정부는 올해 극초음속 무기 관련 예산을 26억달러 배정한 데 이어 내년엔 32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미군은 지난 3월 하와이 카우아이 미사일 발사시험장에서 실시한 ‘공동 극초음 활공체(C-HGB)’ 시험에 성공했다. 탄두부, 유도체계, 열보호망 등으로 이뤄진 ‘C-HGB’를 공격형 극초음속 미사일의 근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약 20기의 C-HGB, 이동식발사차량(TEL), 통제 차량 및 전원공급 차량 등으로 구성된 포대를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미국의 주력 이지스함인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에는 2023년부터, 최신 버지니아급 핵잠수함(SSN)에는 2028년부터 각각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탑재한다. 공군 역시 속도 마하 20의 미사일을 개발 중으로 지난 3월 성능 테스트를 하였고, B-52 전략폭격기와 F-15 전투기 등에 탑재할 계획이다.

3개국 외에도 유럽과 호주·일본·인도 등도 극초음파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실전배치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지난 8월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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