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인, 배우자 사별 땐 치매 확률 ↑

조세연 “인지능력 저하 경향 확인”
은퇴 때보다 두배 가량 높아 주목

게티이미지뱅크

배우자와 사별한 70대 고령자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이환웅·고창수 부연구위원은 24일 발간한 ‘노년층의 사별 경험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치매 정책에의 함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71세 이후 배우자와 사별한 이들은 사별을 경험하지 않은 동년배보다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인지능력 저하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사별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은퇴가 주는 충격의 2배에 달할 만큼 컸다.

인지능력은 기억력과 집중력, 언어·계산 능력 등을 뜻하는데, 인지능력 저하는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현상과 유사하다. 71세 이후 배우자가 사망하면 남겨진 배우자는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71세 이전에 사별을 경험한 고령자의 경우엔 인지능력에 부정적인 효과가 특별히 감지되지 않았다.

중위 가구소득의 50% 미만인 저소득층에서는 사별 경험이 인지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배우자 사별의 영향을 적게 받는 건 일을 하며 충격을 해소하거나 자녀와 동거하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두 연구자는 사별 경험이 인지능력뿐 아니라 치매 발생 확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사별을 경험한 중·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치매 예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특히 저소득 고령층은 사별의 부정적인 영향이 심각하기 때문에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초연금 같은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서적,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희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