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날치기 통과 등 과정 생생

“일부 지각 없는 학생들이 비학구적이고 비민주적인 실력 행위로 눈앞의 정치 문제에 깊이 개입함으로써 학원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일부 학원의 기능마저 마비하기에까지 이른 오늘의 사태에 대하여 매우 마음 아프게 느끼는 바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3선 금지 조항을 철폐하는 내용의 6차 헌법개정을 밀어붙이던 1969년 10월8일 당시 청와대가 정일형·장준하·김대중 등 야당의원 42인에게 보낸 답변서 중 일부 내용이다. 앞서 야당의원들은 그해 9월27일 박 전 대통령 앞으로 ‘삼선개헌과 관련된 학원 비상사태의 정상화 촉구에 관한 공개 질문서’를 보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1969년 6차 개헌(3선개헌)과 1972년 7차 개헌(유신헌법)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정부·국회 중요 기록물 60건을 원본과 해설을 더해 23일부터 국가기록원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다고 22일 밝혔다.
3선개헌과 관련해선 국무회의에 상정된 ‘헌법 개정 제의의 공고’(제61회)가 눈에 띄는데 개헌이 필요한 이유로 △실정법상의 미비점 보완 △시급한 정국의 안정 등을 들었다.
함께 공개되는 ‘제72회 국회 회의록’을 보면 6차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 여당 의원들만 새벽 시간에 국회 별관으로 이동해 만장일치로 기습 통과시켰다. 여권 스스로도 정당성이 없는 개헌임을 자인한 셈이다.
대통령의 중임·연임제한 규정을 아예 없애 유신헌법으로 통칭되는 7차 개헌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기록물도 일반 공개된다. 박 전 대통령은 1971년 12월6일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관련 법률안을 국회에 이송한 뒤 국회의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법안이 금 회기 중에 통과되지 않는다면 나는 이 비상사태 극복을 위해 비상한 각오로서 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의를 밝히면서 의장 및 제위의 현명한 조치가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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