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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천문학계 대표적 혁신사례 ‘KVN’ 개발 일등공신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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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1 12:00:00 수정 : 2020-11-21 10: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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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 변도영 책임연구원
학부 때부터 망원경에 관심… 석사 논문 써
박사 땐 6m급 망원경 건설 프로젝트 참여
망원경의 분야별 시스템 통합·검증 역할
2004년 천문연 입사 후 KVN 고도화 외길
프로젝트 전체 주도하며 세부 요소 관장
KVN, 대기로 흔들리는 천체 위치 보정
세계 유일 전파천문 관측기법으로 평가
우주전파 4채널 동시 수신시스템 핵심
블랙홀 후속 연구 등서 중추적 역할 기대
2021년부터 국내 네 번째 KVN 전파망원경
평창에 구축… 관측 능력 2배 이상 좋아져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KVN그룹의 변도영 책임연구원이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의 개발 과정 및 향후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내년부터 강원도 평창에 우리나라의 4번째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Korean VLBI Network) 전파망원경이 구축된다. KVN 전파망원경이 4기로 늘어나면 천문 관측 능력은 2배 이상 개선된다. 최근 국제 천문연구계에서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인정받는 KVN이 또다시 업그레이드되는 셈이다.

이는 단순히 우리나라의 천문 관측 역량이 배가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꾸준한 혁신을 통해 국제 천문계에서 좋은 성능을 인정받아온 만큼 국제협력을 더욱 확대하며 한국 천문의 역량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처음 KVN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20년을 맞이하기까지 수많은 국내외 전문가의 노력이 있었지만, 남다른 공을 인정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KVN그룹의 변도영 책임연구원이다. 천문연에 몸담은 이후 줄곧 KVN의 구축과 발전 과정을 관장해온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KVN의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총괄 주도하는 한편 구석구석 세부적인 요소들까지 뒷받침해온 만큼, 동료 연구자들은 그를 ‘KVN의 아버지’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13일 대전 천문연에서 변 박사를 만나 KVN이 걸어온 길과 향후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국제 천문학계는 하나의 망원경에 의존한 천문 관측의 한계를 ‘우주전파 초장기선 간섭계’(VLBI)란 전파망원경 시스템를 개발해 극복했다. 우주의 신호를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으로 받아 함께 분석하는 것으로, 서로 멀리 떨어진 망원경이 협업할수록 망원경 구경이 커지며, 여기에 망원경 수가 더해질수록 성능은 배가된다.

난관은 날씨 등 대기 상태에 따른 오차였다. 세계 각지에 있는 망원경을 통해 신호를 수집해야 하는데, 대기 상태의 영향을 받아 오차가 발생했다. 구름이 끼거나 기상상태가 좋지 않으면 오차는 한층 커졌다.

연세전파천문대 KVN 전파망원경

우리나라가 2011년 개발한 KVN 수신기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구 대기로 인해 흔들리는 천체의 위치를 보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우주 전파 4채널(22·43·86·129㎓) 동시 수신시스템이 그것이다. VLBI 시스템 기술을 활용한 국제 천문학계의 연구 역량이 KVN을 통해 한 단계 더 올라섰다. 변 박사는 “다채널 동시 수신시스템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도 개념을 어느 정도 잡았고 좋은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그것을 구현해내는 것이 큰 난제였다”며 “VLBI 시스템을 만들어 보지도 않은 나라에서 갑자기 4채널 수신기를 만들었다고 하니 국제사회는 반신반의한 게 당연했다”고 말했다.

국내외 여러 전문가의 노력이 투입돼 KVN을 통한 연구성과들이 입증되면서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러시아, 중국, 일본, 핀란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 자국의 전파망원경에 4채널 수신기 도입을 추진 중이다. 변 박사는 “지금은 관련 학계에 KVN의 장점이 잘 알려져 있다 보니 해외 박사 과정을 마친 뒤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연구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변 박사가 천문연에 입사한 것은 2004년이다. 3년 전 출발한 KVN 프로젝트가 울산전파천문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구축에 돌입했던 시기다. 관련 경험이 있는 인력을 찾는 것은 당연했다. 학부 시절부터 망원경에 관심이 많았던 변 박사는 석사 시절 전파수신기를 개발해 논문을 쓰고, 박사 때에는 서울대에서 진행되던 6급 망원경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력이 있었다. 변 박사는 “망원경 중에서 안테나나 수신기 등에 관심이 많았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소프트웨어 쪽을 맡게 됐다”며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만큼 자연스럽게 망원경의 분야별 시스템을 인테그레이션(통합 및 융합)하거나 전체의 성능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울산전파천문대 KVN 전파망원경

변 박사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KVN에서 시스템과 관측기기,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합하고 관측 데이터를 계측(캘리브레이션)하는 등 총괄 매니저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는 다른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버 등이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는지 살피는 동시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결과물에 대한 품질 검수까지 총괄 책임을 진다.

혁신적인 4채널 수신기가 개발되더라도 이를 망원경에 이식, 기존 시스템에 물리고 문제없이 구동될 수 있도록 추가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한편 이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테스트하며 최적화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각 장비와 시스템이 최고 성능을 발휘하면서 최대한 정확한 천문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KVN은 그 자체로도 완성도 높은 시스템이다. 이에 더해 대부분 과정을 자동화해냈다는 점이 더욱 가치를 더한다. 해외에서는 관측 조건에 맞춰 장비를 수동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야 하고 실수가 발생할 여지가 적지 않다. 그러나 KVN은 관측에서 계측까지 대부분 자동화를 이뤄내 이 같은 오류는 줄이고 보다 정확한 품질의 결과물을 얻게 됐다.

탐라전파천문대 KVN 전파망원경

2001년 입사 이후 KVN 구축에만 매달려온 변 박사는 “천문연에 들어온 뒤 업무의 대부분이 KVN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었다”며 “관측해서 결과물 확인한 뒤 분야별로 수정하면서 바쁘게 보냈는데, 장비와 시스템을 검증하고 결과가 제대로 나왔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KVN은 블랙홀의 후속연구를 비롯해 별의 탄생과 우주 생성의 신비를 푸는 고차원적인 연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KVN 연구팀은 지난해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이 인류 역사 최초로 블랙홀을 관측해 영상을 얻어낼 당시에도 역량을 입증했다.

EHT 연구진은 영상을 얻어낸 성과에 이어 후속 연구로 블랙홀의 동영상을 찍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블랙홀이 어떻게 생겼는지, 실재하는지를 확인한 것이 지난 성과였다면 후속 연구에서는 블랙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트(블랙홀의 회전축을 따라 빛의 속도로 방출되는 물질)가 어느 지점에서 시작돼 어떻게 방출되는지 포착할 시도가 대표적이다.

변 박사는 “지난달 EHT 워크숍에서 EHT의 성능 개선을 위해 KVN과 같은 동시 관측 수신기 도입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며 “KVN의 4채널 수신기를 이용한 연구성과에 대해 별도로 소개하는 소규모 워크숍을 가질 정도로 크게 인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세계 각국의 전파망원경에 KVN 방식의 수신 시스템이 이식되면 국제 천문연구계의 관측 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그에 따라 기존에 힘들었던 연구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별의 생성으로부터 진화 과정을 거쳐 물질이 어떻게 다시 우주 공간에 환원되는지를 살피는 연구도 마찬가지다.

변 박사는 “천문학은 다른 과학처럼 실험을 할 수 없고 그나마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관측”이라며 “한 번에 모든 우주를 살펴볼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방향에 대한 여러 번의 관측을 통해 물리지식과 이론을 검증하고, 그것들을 퍼즐처럼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KVN의 혁신은 계속된다. 서울(연세대)과 울산(울산대), 제주(탐라대)에 구축된 3기의 전파망원경에 이어 강원 지역에 4번째 전파망원경을 구축하는 작업이 내년에 시작된다. 천문연에 따르면 4번째 전파망원경을 구축하기 위한 강원 지역의 부지 조사 결과, 서울대 평창 캠퍼스가 최적의 부지로 선정됐다.

천문연은 서울대와 평창 전파망원경을 구축하기 위한 공식적인 협약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평창의 전파망원경은 2023년 구축을 마무리하고 테스트를 거친 뒤 2024년부터 정식 가동될 예정이다. 변 박사는 “평창 망원경이 완성되면 그에 맞춰 장비와 시스템이 바뀌고 소프트웨어도 업데이트가 이뤄지며 최적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KVN의 전파망원경이 3기에서 4기로 늘어나면 성능은 2배 이상 개선될 전망이다. 전파망원경이 3기일 때에는 3점을 연결하는 기선이 3개이지만, 4개일 때에는 기선이 6개로 증가한다. 마찬가지로 망원경이 5기이면 기선 10개가 되고, 6기로 늘어나면 기선이 15개로 늘어나면서 성능이 5배 이상 향상된다.

변 박사는 “KVN 방식의 수신기가 해외 여러 망원경에 도입되고 KVN이 이들 망원경과 공동으로 VLBI 관측을 하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훨씬 우수한 성능을 낼 수 있다”며 “갈수록 대형화, 국제화되는 천문연구 분야에서 한국이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전=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변 박사는 ●1972년 서울생 ●서울대 천문학 학사 ●서울대 천문학 석사 ●서울대 천문학 박사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연구부 KVN사업본부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연구본부 KVN그룹 그룹장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연구본부 KVN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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