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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표현해야 풀려요”… 그림으로 ‘힐링의 소통’ [연중기획-피로사회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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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19 06:00:00 수정 : 2020-11-18 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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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치유’ 유튜버 이모르씨 조언
환자들 초청 내면 함께 그린 영상 올려
18만명 구독… ‘동병상련’ 커뮤니티 돼
“솔직히 털어놓고 경청해야 서로 위안”
우울증을 주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모르씨(오른쪽)는 우울감을 겪는 구독자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그들이 자기감정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모르씨 제공

우울증은 도둑처럼 찾아온다. 원인이 선명히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사람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마음의 감기’라 불린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우울증 앞에선 누구나 평등한 것 같아요. 돈이 많든 적든,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에게 찾아가죠. 감기처럼요.”

우울증과 그림 그리기를 주제로 구독자 18만명 규모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이모르(34)씨 말이다. 여태껏 그가 우울증을 겪는 이들과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리는 ‘쇼미더드로잉’ 코너로 온 신청서는 모두 2000여통. 각종 사연을 접하면서 그가 느낀 바는 하나다. ‘아, 사람은 다 똑같구나.’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우울증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꼭 커다란 사건을 겪어서가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보통의 감정’이란 것이다. 그 역시 정신병원에 두 번이나 입원하는 등 우울증을 앓았다. 지금도 때로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먹지만 감정기복이 시시각각 출렁이던 20대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고 한다.

“우울을 말하고, 표현하고, 나누면서 크게 호전됐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내 감정이 어떠한 상태인지 깨달은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누구나 겪는 일인 만큼 누구나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얼마 전 우울증을 극복한 경험을 담은 에세이집 ‘내 우울함이 내 개성이라면’(책비)을 펴냈다.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고 책까지 써가며 그가 말하려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적어도 혼자 외롭지만 말자.” 어느샌가 그의 유튜브 채널이 일종의 우울증 커뮤니티가 됐지만 섣부른 충고나 위로는 되도록 피한다. 책에도 ‘나는 이랬다’만 담았다.

“우울증을 앓아도 각자 상황이 다 달라요. 위로나 처방이랍시고 ‘이렇게 고쳐라’거나 ‘마음을 바꿔보라’ 하는 건 듣는 입장에선 조금 오지랖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우울증을 앓는다면 특히나 더 그렇죠. 제가 그랬거든요. 그래서 내 이야기만 하려 노력했어요. 제가 겪어보니 우선 나의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에서 진짜 위로를 얻게 되더라고요.”

그는 혹여 우울감이 느껴진다면 우선 자기감정을 형상화하고 이를 곧이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림이 좋지만 글을 써보는 것도, 말로 떠들어보는 것도 괜찮다. 어떻게든 “가열된 압력솥처럼 증기를 빼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는 누가 알려주거나 공부해서 안 것이 아니다. 삶에서 길어올려 스스로 터득했다.

“사람들은 남에게 자신의 약점이나 힘든 경험을 말하는 것을 기피하죠. 약물치료나 상담치료가 정 꺼려진다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내가 지금 이런 것 같고 이런 생각이 든다’ 한번 털어놔 보세요. 우울감을 이겨내려면 일단 감정을 ‘해소’하는 연습부터 해야 합니다. 한결 편안해질 수 있을 거예요.”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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