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유를 강조했지만 건물을 소유하는 등 이른바 ‘풀소유’ 비판을 받는 혜민(47)스님이 입장을 내고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께 참회하겠다”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파문이 진정될 것인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논란의 불씨가 된 건물주 의혹과 사업 집중에 대한 해명이 빠졌기 때문이다.
혜민스님은 15일 늦은 밤 페이스북에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께 불편함을 드렸다. 승려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크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께 참회한다. 저는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서 부족했던 저의 모습을 돌아보고 수행자의 본질인 마음공부를 다시 깊이 하겠다”고 덧붙였다.
혜민스님은 지난 7일 tvN ‘온앤오프’에서 남산이 한눈에 보이는 서울 도심 단독주택에서 일상을 공개했다. 이후 그는 건물주 논란에도 휩싸였다. 언론 보도를 통해 혜민스님의 속명(본명) 주봉석씨가 2015년 8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건물을 8억원에 샀고, 2018년 3월 ‘주란봉석’이란 대표자가 운영하는 사찰인 대한불교조계종 고담선원에 이 건물을 8억원에 팔았는데 일각에서는 혜민스님이 이 건물 실소유자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혜민스님은 대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에 이민을 떠나 현재 미국 국적자로, 미국 이름은 ‘Ryan Bongsuk Joo’(라이언 봉석 주)다. 혜민스님은 지난 3월 트위터를 통해 “나는 건물주가 아니다”라며 “인사동 재동 마음치유학교 세 들어 살고 있다. 저희도 많이 힘들다”고 건물주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혜민스님은 입장 글을 통해 무엇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는지, 즉 ‘풀소유’ 의혹의 근거가 된 건물주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했지만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건물주 의혹의 진위부터 밝히는 것이 사과 이전에 선행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혜민스님의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알맹이가 빠진 해명”, “두루뭉술하게 논란을 피하려고만 한다”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목사는 (소유해도) 되고, 스님은 안되는가”, “질투심에 기인한 인신공격성 공격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그의 말과 달랐던 ‘풀소유’에 대한 해명은 필수적이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편 혜민스님 논란이 부각한 것은 조계종을 비판하며 한국을 떠난 현각스님이 전날 혜민스님 사진과 함께 “석지마(속지마) 연애인(연예인) 뿐”이라며 “일체 석가모니의 가르침 전혀 모르는 도둑놈뿐이야”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다. 현각스님은 혜민스님이 서울 도심 집에서 명상하는 방송장면을 공유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는 지옥으로 가고 있는 기생충뿐이야”, “그는 단지 사업자·배우뿐이다. 진정한 참선하는 경험이 전혀 없다”고 날 선 지적을 쏟아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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