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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난감해하던 ‘비동의 강간죄’, 이번엔 성립할까?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입력 : 2020-11-10 21:00:00 수정 : 2020-11-10 2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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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 피해자 의사에 반한 성적 침해 강간죄 등으로 규정…폭행·협박 없는 성폭력 사례 처벌
‘only yes means yes’ ‘암묵적 동의는 동의가 아니다’라는 뜻도 지닌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일본에서 여성의 동의 없는 관계를 범죄로 규정하는 형법 개정 제언이 제출됐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7년 동의 없는 관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따른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비동의 강간죄’를 시행했다.

 

하지만 법이 정하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여성들조차 법률의 이해 부족 등으로 난감한 입장을 드러내 흐지부지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실제 관련 재판에서도 남성들의 승소가 잇따르는 등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다.

 

◆여성도 난감해하던 ‘비동의 강간죄’

 

9일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형법의 성범죄 규정에 대해 전문가로 구성된 일본 학술회의 분과위원회는 현행 ‘비동의 강간죄’의 문제를 지적하고 국제인권기준을 반영한 제언을 완성해 오는 10일 법무성 검토회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일본 형법상 성범죄 규정은 지난 2017년에 한 차례 개정돼 시행 중이었지만 폭행이나 협박이 없을 경우 죄가 성립하지 않았다. 여성이 법정에서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를 입증할 증거가 마땅치 않았던 이유가 크다.

 

또 일부 여성들조차 해당 법률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회의적인 반응은 주로 연인관계인 남녀에게서 나왔는데 명확한 의사를 주고받는 게 사실상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남성의 경우 여성의 갑작스러운 변심으로 자칫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가운데 재판에서도 무죄 판결이 잇따르면서 사실상 효력을 내기 힘든 법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이번엔 성립할까?

 

법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교감하는 가운데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남녀 모두에게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가족 등 주변에서 관련 범죄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고 이를 처벌할 마땅한 근거는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다.

 

법 개정의 관건은 ‘폭행·협박 요구사항의 시비’를 가리는 것이다. 일본 학술회의 분과위원회도 이 점을 주목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동의가 없는 관계가 피해 여성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만 처벌을 위해서는 법이 요구하는 사항을 충족해야만 했던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학술회의는 이같은 문제가 “피해자 보호 관점이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 정착한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유사하다.

 

성인지감수성은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말한다. 법조계에서는 성범죄 사건 등 관련 사건을 심리할 때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맥락과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학술회의는 “동의 없는 성관계 자체를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번 검토회에서 이같은 제언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도 비동의 강간죄가 발의됐지만 진통이 일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형법 개정안은 앞서 문제시된 일본 형법과 유사하다. 개정안은 강간의 정의를 폭행과 협박으로 한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위계와 위력’으로 확장해 폭행 등 강압적인 행위가 없더라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성행위라고 판단되면 강간죄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피해를 뿌리 뽑겠다는 기대와 달리 남성들을 상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선진국처럼 무고죄 형량 강화 등 보완책을 마련한 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영국·스웨덴·독일·아일랜드·캐나다·호주·미국(11개 주) 등 여러 선진국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성적 침해를 강간죄 등으로 규정하고 폭행 및 협박 없는 성폭력 사례들을 처벌하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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