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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인구 급증에 병원비 ‘눈덩이’… 건강한 고령화로 줄여야 [연중기획-인구절벽 뛰어넘자]

, 연중기획-인구절벽 뛰어넘자

입력 : 2020-11-08 10:00:00 수정 : 2020-11-10 13: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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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지는 노인 의료비
2015년 22조서 지난해엔 36조 육박
전체 진료비서 차지하는 비중 41.4%
GDP의 1.7%… 2060년 5% 넘어설 듯

비운동자 입원일 3일… 평균比 1.7배↑
운동시설 확충·지도 인력 접근성 강화
병원중심 의료, 지역사회로 전환 필요

나이가 들면 아픈 데가 많아진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돈이 든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 아파 병원에 가는 사람도 늘어난다. 노인 의료비 증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 이유다. 개인은 물론, 건강보험제도 아래에서 국가가 짊어져야 하는 의료비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건강한 노인이 되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의 구호, ‘9988’이 되도록 돕는 것은 늦출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노인의료비 급증세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8년 만 65세 이상 건강보험 가입자의 진료비는 31조8235억원으로 30조원을 넘었다. 전체 진료비의 40.8%에 달한다. 지난해 공식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 국정감사 기간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잠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노인 진료비는 35조8247억원으로 전년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4%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만 65세 이상 진료비는 매우 빠르게 늘고 있다. 2011년 15조3893억원에서 7년 만에 곱절로 늘었다. 2008년 10조원을 넘은 뒤 7년 만인 2015년(22조2361억원) 20조원을 넘었는데, 이후 30조원을 돌파하기까지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노인 의료비는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늘고 있다.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3년마다 실시하는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고혈압 유병률은 2011년 54.8%에서 2014년 56.7%, 2017년 59%로 상승세를 보였다. 당뇨병 유병률도 2011년 20.5%, 2014년 22.6%, 2017년 23.2%의 추이를 보였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장기간 머무는 노인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의료비 증가의 한 요인이다. 건보공단 조사결과 2018년 사망한 만 65세 이상 노인 13만1802명 가운데 사망 전 10년간 요양병원·시설에서 지낸 기간은 평균 707일이었다. 요양병원은 460일, 요양원은 904일이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은 “고령 인구의 증가, 이에 따른 만성질환의 증가로 노인의료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노인의료비 관리는 건강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지적했다.

◆운동 효과… 노인 의료비 줄이려면

미래 노인 의료비 억제를 위해 ‘건강한 고령화’, ‘건강 노화’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나이가 드는 건 막을 수 없지만, 질병을 막아 아프지 않게 노후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노인의료비 지출추계 및 장기재정 전망’ 논문에 따르면 지금처럼 노인 의료비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7% 수준인 노인 의료비는 2060년 GDP 대비 5.2∼5.67%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반면 건강한 고령화가 진행된다면 2060년 GDP의 4.5∼4.97%로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건강 노화를 위해 우선 강조되는 것이 운동이다. 운동은 의료이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만495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비운동자의 입원이용 경험률은 15.4%로, 전체 평균 12.7%보다 높았다. 중등도 운동자의 입원이용 경험률은 9.9%에 불과했다. 입원일수도 비운동자가 3.09일로 평균 1.78일의 1.7배에 달했다. 이는 흡연 등 개인의 조건이 반영된 것으로, 이를 제거하고 계산하면 운동으로 인한 의료이용 감소는 더 분명하게 보인다. 운동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사회 각 분야가 운동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사회 운동장이나 하이킹 도로, 노인센터, 수영장 등 관련 시설과 운동지도 전문인력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노인 운동프로그램을 기획, 제공하는 노력도 확대돼야 한다. 지역 노인단체 등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 노인들이 이용가능한 신체활동 기회가 무엇인지 평가하고, 이들의 욕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와 협력해 환자들에게 신체활동에 대해 상담, 조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오영호 보사연 연구위원은 “국가 차원에서 운동의 종합적 캠페인, 운동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과 시설 설치 등을 주도하고, 의사의 운동상담과 자료 제공, 의료계와 운동전문가 간 대상자 의료 사업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운동을 하지 않는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걷기 사업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것과 동시에 질환을 안고 있는 노인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노인 의료비 문제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만성질환은 입원 치료를 해도 완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오랫동안 병원이나 시설에 머무는 것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돌봄을 강화해 병원에서 퇴원해 집에서 요양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정부는 커뮤니티케어 등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규식 원장은 “낭비적인 의료이용을 줄이고, 병원중심 의료를 지역사회중심 의료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며 “병원들이 자발적으로 입원 적정성을 관리하도록 유도하고, 만환질환자 재입원을 막기 위해 퇴원 시 관련 교육, 환자 주거지 인근 주치의 지정·관리 등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질병예방보다 당뇨·치매 등 환자 치료에 치중

 

정부는 고령자의 건강생활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예산을 보면 아직 노인 질병 예방 및 관리 분야보다는 환자 치료 및 돌봄 비중이 큰 편이다.

 

건강 노화와 관련해 대표적인 것이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이다. 2010년부터 5년마다 계획을 수립하는데, 노인 건강이 한 부문을 차지하고 있다.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6∼2020년)에서는 노인 신체기능 장애율 감소, 치매 유병률 증가율 경감, 노인건강검진 수진율 증가, 노인 낙상률 증가 방지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혈압, 당뇨병의 지속적인 관리 강화를 위한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도, 노인성 백내장, 망막증, 녹내장 등 시력 회복이 가능한 개안수술 지원 및 안과 무료 검진 지원, 전립선 질환 예방 및 치료 지원, 무릎관절 수술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금연, 금주 등 치매예방실천수칙 보급, 보건소 치매상담센터를 통한 치매 조기발견, 주야간보호시설 등을 통한 치매 돌봄 강화 등 치매관리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한 지자체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단체 체조를 선보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역시 5년마다 수립되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도 고령자 건강생활 보장을 위한 추진 계획이 담겨 있다.

 

제3차 계획(2016~2020년)에서 고령자 운동 활성화, 고령자 질병예방 및 관리 강화, 고령자 정신건강관리 강화, 노인의료비 부담 경감, 포괄간호·간병 서비스 확대, 장기요양보험제도 고도화, 치매에 대한 대응체계 강화, 호스피스 활성화 등 후기의료체계 강화 등을 추진과제로 설정했다. 3차 계획은 2019년 2월 수정해 지역사회 중심의 건강·돌봄환경 조성, 성숙한 노년기를 위한 기반 마련 두 가지를 목표로 제시했다. 세부 계획으로 건강보험 강화를 통한 의료서비스 보장, 건강 노화를 위한 예방적 관리 강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추진으로 재가 기반 서비스 강화, 장기요양시설의 공공성 강화 및 서비스질 제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주거환경 조성,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반 마련, 노인자살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 등이 수립됐다.

 

최근 들어 질환 예방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지만, 아직은 환자 치료 및 돌봄이 사업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노인 건강 분야 사업 중 노인 질병예방 및 관리 예산은 2019년 본예산 기준으로 868억원(일반 686억원, 건강보험 182억원)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 7조7000억여원(2018회계연도 결산 기준), 치매국가책임제 2627억원(2019년 본예산 기준) 등과 차이가 있다.

 

예정처는 “정부는 노인 질병이 발생하기 전 이를 예방하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노인 건강검진, 치매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 등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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